장상미: 지금은 없는 동네|옥수동 트러스트

[지금은 없는 동네|옥수동 트러스트]는 필자 장상미가 운영하던 위치 기반의 사진 기록 저장소웹사이트를 책자 형태로 정리한 결과물로 보인다. 옥수동 13구역은 성동구 옥수동의 윗쪽 끝자락에 붙어있는 지역이다. 이 구역은 2011년 9월 재개발이 시작되어 2016년 11월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라는 이름의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되었다. 재개발이 되기 전 이 구역으로 필자인 장상미가 입주했을 당시 그녀는 전세 보증금 1,500만원으로 반지하방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 옥수파크힐스의 가장 작은 평수대 아파트를 한채 구입하려면 8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금액으로 환산된 가치의 간극만큼이나 필자가 남긴 사진 속에 존재하는 동네의 이미지와 현재 같은 공간에 세워올려진 마천루의 이미지는 몹시 달라보인다. 낡은 칼국수집과 이발소 사이에 자리잡고 누워 인간과 체온을 나누었던 길고양이들의 행방을 묻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지금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계급과 그곳을 떠나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의 계급 사이에는 차가운 금속과 콘크리트, 시멘트 따위만이 빼곡히 존재할 뿐, ‘동네’가 던져주는 따스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강제이주계획은 오래된 도시 서울이 그나마 가지고 있는 마지막 미덕인 커뮤니티의 역사조차 영(0)으로 돌려버리는 자본주의의 파괴적인 면모 중 하나다. 서울에서 그나마 아름다운 동네는 대부분 달동네들이다. 그곳을 개발하는 유일한 방식이 ‘완전히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올리는’ 것 뿐이었는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법은 없었는지, 도시계획쪽 전공이 아닌 나는 뻔한 답이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우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옥수동 바로 옆에 위치한 금호동이다. 인구의 9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옥수동과 달리 금호동은 예전부터 존재했던 달동네와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가 어지럽게 혼재되어 있다. 가판대가 널려있는 금남시장과 장진우가 새로 문을 연 식당이 같은 골목에 위치해 있고, 고급 외제차가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신축 아파트 바로 옆에 바다이야기 따위를 취급하는 성인오락실이 성업중이다. 이곳도 곧 옥수동처럼 변할 것이다. 수십년 자리를 지키던 나이많은 이들이 얼마의 돈을 받고 다른 곳으로 떠나갈 것이다. 금호동이 간직했던 역사는 콘크리트 밑에 파묻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 책의 필자와 같은 사람이 금호동에 한명이라도 있다면, 몇 장의 사진 정도로 금호동의 역사를 기억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너무 많은 역사들이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도시의 역사는 이보다는 조금 더 중하게 기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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