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혐오의 경제적 비용

동성애혐오 문제는 전세계적으로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골치아픈 일이지만, 우리나라에 국한하여 동성애혐오자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해보는 일은 나름의 독특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 근본주의, 불교 근본주의에 더해 개신교 근본주의까지 더해져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가 상당한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는 실정이고 한발 더 나아가 동성애자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행위 등 실질적인 문제를 야기시키는 위험요인으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내 일이 아니면 절대 나서지 않는다’는 한국인 특유의 국민성과 정책 당국자의 개인적인 ‘입장'(개신교 신자라던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동성애혐오자에 대한 집단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결국 연구자들이 앞장서서 한국식 동성애혐오론이 갖는 논리적 허구성을 적극적으로 논파해나가는 것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주로 심리학이나 사회학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동성애혐오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추산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캐나다에서 2001년 발간된 정책보고서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The Cost of Homophobia: Literature Review of the Economic Impact of Homophobia on Canada], submitted by Christopher Banks, submitted to Gay and Lesbian Health Service, 2001.)

위의 보고서는 동성애혐오, 혹은 성적소수자 혐오로 인해 성적소수자들이 받는 피해를 경제학적으로 추산한 작업들을 모아놓은 서베이페이퍼다. 방법론은 간단하다. 성적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인해 성적소수자들이 이성애자들과 동등한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만약 이들이 동등한 의료혜택을 누렸다면 얻게 되었을 효과를 추정함으로써 역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환경경제학이나 보건경제학처럼 어떤 정책, 혹은 집단적 행위의 경제적 효과를 직접적인 통계자료로 추산하기 어려운 경우 주로 취하는 방법이다. 보고서는 성적소수자들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혐오로 인해 “일반적인” 이성애자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사회적인 장벽으로 인해 성적소수자에게 필요한 의료행위가 적시에 제공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사용한 지표는 자살률, 흡연률, 기대수명, 우울증, 실업률, 범죄율, 에이즈 발생률 등 8가지 항목이다. 보고서는 만약 호모포비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성적소수자들이 나타내는 위 8가지 지표의 수치와  “일반적” 이성애자들의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거의 동등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추정한 호모포비아의 연간 경제적 비용은 다음과 같다.

homiphobia costy

예를 들어 자살률의 경우, 2001년 캐나다 기준으로 호모포비아가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이 약 8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호모포비아가 없었다면 더 적은 성적소수자가 자살했을 것이고, 이들이 만약 살아서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영위했을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순효과가 연간 8억 달러에 이르는 것이다. 이 결과를 두고 “동성애혐오자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라고 주장해도 사실 그리 크게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성적소수자의 ‘존재’ 자체만으로 사회에 발생시키는 경제적 비용은 정확히 추산할 수도 없을 뿐더러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없다. 성적소수자가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통계도 없고, 더 열등한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도 없다. 오히려 동성애결혼 합법화 등이 발생시키는 경제적 순효과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성적소수자들을 ‘양성화’시킬 때 그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일부 종교인의 심리적 ‘불편함’ 정도일 것이다. 이건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무시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 성적소수자들의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이들에게 동등한 사회적, 의료적 혜택을 부여할 때 돌아오는 경제적 효과는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더 나아가, 성적소수자와 같은 극단적으로 소외받는 계층을 사회적 장치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소수자, 약자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성애자에게 사회적 혜택을 적극적으로 베푸는 사회가 빈민층이나 장애인에게 인색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즉, 사회복지의 전체적인 ‘bar’ 자체가 한단계 높아지는 효과도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 dbpia나 kiss, kipris 등 국내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동성애 혐오를 경제적 효과와 연결짓는 논문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분명 누군가는 관심을 가지고 있을텐데 아직 발표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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