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30 For 30 Podcasts: A Queen Of Sorts

포커플레이를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필 아이비(Phil Ivey)의 이름을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포커 월드시리즈(World Series of Poker, WSOP) 등 굵직한 대회에서 거의 매년 결승 테이블까지 올라가는 그는 카드놀이 하나로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이 바닥의 수퍼스타다. 백인 너드가 주류인 포커게임계에서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눈빛을 날리는 흑인 플레이어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커 게임계의 타이거 우즈 쯤 되는 위치로 보인다.

그런 그가 2012년 제법 큰 송사에 휘말렸다. 미국 아틀란틱 시티에 위치한 보가타(Borgata) 호텔과 영국 크락포즈(Crockfords) 호텔이 그가 부정행위를 통해 카지노에서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소를 제기한 것이다. 두 호텔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아이비는 소위 ‘edge sorting’이라고 불리우는 기술을 이용하여  수백만달러를 획득했으며, 이 기술이 부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금의 지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 아이비 측은 물론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은 카드에 손을 대지도 않았고 부정한 정보를 취득하지도 않았으며 다른 플레이어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을 가를 핵심은 이 edge sorting이라는 기술이 부정행위인지에 대한 판단여부였다.

edge sorting은 카드의 뒷면에 있는 무늬가 완벽하게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파고든 카드 분별법이다. 즉, 특정 카드 제조자의 제품의 경우 카드 뒷면에 배치된 문양의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다를 수 있다. 이 뒷면의 미세한 차이를 순간적으로 캐치해낼 수 있다면 앞면을 확인한 카드를 임의로 분류해낼 수 있다. 즉,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180도 뒤집어 놓는다면, 다음에 그 카드가 다시 나왔을 때 카드의 뒷면만으로 판별해낼 수 있는 것이다. 아래 영상은 이 트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필 아이비가 두 카지노에서 했던 게임은 ‘바카라’였다. 아주 단순한 게임이다. 카지노측 딜러와 플레이어가 대결하는데 두 장의 카드를 받아 그 합이 9에 가까운 사람이 승리한다. 승률은 당연히 50%에 가깝다. 아무런 ‘행위’가 없다면 말이다. 필 아이비는 이 단순한 게임에 도전해 카지노를 상대로 수백만달러를 따냈다. 처음 몇 판을 이기고 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뒤집어 제출하기만 하면 다음에 그 카드가 나왔을 때 자신이 이길지 질지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당시 필 아이비가 카지노측에 요구했던 조건이 몇가지 있었다는 점이다. 먼저 아이비는 특정 제조사의 카드만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아이비 정도 되는 거물급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다. edge sorting이 가능한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기계를 이용하여 카드를 섞어주기를 요청했다. 아이비가 타겟으로 설정한 카드의 ‘방향’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이 또한 카지노측은 수용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인 딜러를 요청했다. CBS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인 [The 60 Minutes]에서 필 아이비를 인터뷰하며 바로 이 부분-중국인 딜러 요청-에 대해 물었을때 그 때까지 당당하고 유창하게 말하던 아이비의 눈동자가 갑자기 흔들리며 말을 더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부분은 12분 경부터 나온다)

여기서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아이비가 “my companion”이라고 표현한 사람, 즉 당시 아이비와 함께 두 카지노에서 수백만달러를 획득한 동행인이다. 그녀의 이름은 켈리(Kelly Cheung Yin Sun),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다. 보가타 호텔이 소속되어 있는 MGM에 의해 카지노 대금을 다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 3주 간 교도소 생활을 하고 나온 그녀는 끔찍한 경험을 선사한 대형 호텔에 대한 복수극을 준비한다. 그녀는 edge sorting의 대가였다. 몇달 간의 준비로 더 완벽한 기술을 연마했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로부터 필 아이비를 소개받고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의 주모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커 스타 필 아이비가 아니라, 얼굴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 중국인 여자였던 것이다. 그녀는 필 아이비를 ‘이용’하여 카지노의 가장 큰 판에 자리잡을 수 있었고, 앞서 이야기한 조건들을 요구하여 관철시켰다. 중국인 딜러는 영어에 서툰 켈리가 편하게 이런 저런 요구사항들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였던 셈이다. 물론 중국인 딜러는 철저하게 카지노의 규칙에 맞게 일했다. 카지노의 검색관들은 아이비와 켈리가 앉은 판을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모니터링했다. 카지노측이 빤히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비와 켈리는 수백만달러를 며칠만에 따내고 유유히 사라졌다.

과연 켈리와 아이비가 벌어들인 이 큰 돈이 부정행위에 의한 것인가, 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이비측은 ‘명예’가 커리어의 거의 전부인 그가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부정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더 나아가 아이비와 켈리가 요구한 사항들을 카지노측이 흔쾌히 수용했다는 점도 판결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그들은 카지노 측이 정한 환경 하에서 온전히 켈리의 ‘눈’만을 이용해 수백만달러를 가져가는 대승을 거뒀다. 그들은 게임 과정 중 딜러에게 “순전히 미신적인 이유로” 특정 카드를 180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즉, 카드를 180도 돌리고 나면 edge sorting 등에 의해 더이상 바카라의 기본 규칙이 지켜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켈리는 자신이 “완벽하게 게임을 컨트롤할 능력이 없다”며 당시 몇분만에 수백만달러를 잃은 적도 있음을 그 증거로 제시했지만, 2016년 12월 뉴저지 법원은 필 아이비에게 보가타 호텔로부터 획득한 상금을 반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현재 아이비측은 항소를 한 상태다.

켈리는 MGM 계열 호텔로부터 영구 진입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지금도 이곳 저곳을 다니며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 그녀의 얼굴은 한차례 공개된 적이 있지만 너무나 평범한 외모이기에 여전히 많은 호텔의 입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  만약 필 아이비가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는다면 켈리의 복수극은 헤피 엔딩으로 끝맺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녀의 복수극은 카지노 산업의 ‘확률 싸움’에 한 개인이 가진 초인적 능력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한계를 측정하는 실험 정도로 기억될 것이다.

Cheng_yin_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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