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 Loach: I, Daniel B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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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와 켄 로치 모두 영화의 서사적 특성을 십분 발휘하여 영화만이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장인들이다. 다르덴 형제가 영화의 윤리적 기능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철학가라면 켄 로치는 영화의 사회적 기능을 담대히 활용하는 사회운동가에 가깝다. 즉,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고민을 강요한다면 켄 로치의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작가의 영화가 미학적으로 훌륭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모든 영화에서, 화면이 발산하는 아름다움은 그 내용에서부터 우러나온다는, 기의를 부여받은 새로운 기표의 탄생을 확인할 수 있는 호사 역시 누릴 수 있다.

[I, Daniel Blake]는 캐릭터의 이름 앞에 “I”라는 1인칭 주어를 다시 한번 강조하여 새겨넣음으로써 주체성을 적극적으로 확인하려 한다. 이 주체성은 캐릭터의 것이기도 하지만 감독의 시선이기도 하며, 영화를 본 관객에게 전달되는 어떤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영국의 형편없는 사회보장제도를 꼼꼼하게 따지고 들어가는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현 사회체계의 전복을 꿈꾸기 보다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존엄성을 보장받고자 한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사회주의 영화라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켄 로치 특유의 노동자 사회에 대한 따뜻한 연민의 시선은 여전히 살아있다. 또한, 연대하는 노동자 집단과 억압하려 드는 기존 지배구조를 대립하여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의 운동가적 기질이 여전히 영화 속에 짙게 배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또다른 축인 미혼모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그려진 감이 없지 않지만, 그녀가 다니엘 블레이크의 탄원서를 대신 낭독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연대의 연속성을 확장적으로 보여주는 점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후 오랜만에 거장의 단단한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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