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재원 마련을 위한 부자증세

평균임금상승률보다 월등히 높은 최저임금상승률을 정부 주도하에 인위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그 효과를 고려할 때 정책적으로 많은 부담이 따른다. 우선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임금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의 수익현황을 참고해야 한다. 사용자가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임금만을 지불하고 있는지, 혹은 이들 기업의 최적임금이 최저임금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즉, 지금 이 정책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이 정책이 사실상 한계기업을 다수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한다고 정치권이 인정하는 셈이다. 만약 노동비용을 과소하게 지불하는 노동시장이 넓게 존재한다면, 대부분의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큰 손실이 발생할 이유가 없으며,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것은 지금까지 왜곡되어 왔던 최저임금을 정상화시키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만약 영세업자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 혹은 두명이 나누어서 해야 할 일을 한명에게 과도하게 몰아줘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영세업자는 최저임금의 직격탄을 맞게 되어 부도위험, 즉 shut-down point 아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한계기업이 부도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 기업의 수익을 인위적으로 높여주거나 손실을 보전해주어야 한다. 즉 실제 기업의 재정건전성을 shut-down point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정부의 세금이 지원되어야 한다. 현 정부는 이를 위한 재원을 “부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한다. 조세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과세 대상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조세정의, 혹은 조세의 목적이 달성되기에 부적절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부자에게 세금을 더 떼어서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영세한’ 자영업자를 도와준다는 것이니 평등을 강조하는 정부의 철학이 이 정책 안에서 대체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마주하게 되는 가장 큰 비용 두가지는 임대비용과 노동비용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동비용은 지나치게 낮고 임대비용은 지나치게 높다고들 이야기한다. 노동비용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인구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언제든지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비숙련 노동자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건물임대비용이 높은 이유는 좁은 면적에 많은 사람이 살기 때문에 건물이 사람보다 더 귀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땅, 혹은 건물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거의 무한대로 올라간다. 요즘같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흑사병 등에 의해 수천만명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이상 임대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건물의 소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수익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더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높은 임대비용과 낮은 노동비용 중 낮은 노동비용이 정부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면 임대비용은 낮아질 것인가? 대체로 그렇지 않다. 정부의 바램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전체의 소비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자영업자의 수익도 늘어나서 결국 임대료도 함께 상승하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이 소비촉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래서 경기가 극단적으로 나빠지고  특정 지역의 소비가 급감하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그 지역의 평균 임대료가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같은 대도시 시내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임대업자는 공실을 감수하고 임대료의 하방경직성을 견디어낸다. 한두달 건물을 비우더라도 임대료를 낮춰서 신규 세입자를 유치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이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고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은퇴를 강요당한 중장년층이 새로운 근로소득자로 재취업하지 못하고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 바닥의 경쟁은 극심하고, 누군가 망한다면 그 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빠르게 치고들어갈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물주 입장에서 공실을 걱정할 이유도 사실 별로 없다. 임금이 경기변동에 받는 영향보다 임대료가 받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대도시가 갖는 특수성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대부분이 이 대도시와 그 주변에 밀집되어 있다.

그렇다면 결국 거의 모든 경우의 수에서 최저임금 상승의 최종 수혜자는 건물주, 혹은 임대사업자가 된다. 영세업자는 중간에서 정부의 지원을 건물주에게 전달하는 채널로만 기능할 것이고,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높은 월세를 지불하며 생존을 위한 삶을 지속할 것이다. 거주지 임대료 역시 상업지 임대료 상승과 발맞추어 함께 상승할 것이므로. 최저임금의 경우 임금 전체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하고는 있지만, 이들의 삶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위소득자에 비해 월등히 높다. 즉 300만원 벌어서 50만원을 월세로 지출하는 사람이 느끼는 고통보다 150만원 벌어서 35만원 월세로 지출하는 사람이 받는 고통이 훨씬 클 것이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인상이 나쁜 정책은 아니다. 최저임금은 분명 더 올라야 한다. 최저임금은 근로소득자가 영위해야 하는 최소한의 삶의 질을 정의하는 가장 적극적인 사회적 합의문이다. 이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많은 배려를 약속하는지 명시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사회의 경제적 철학을 나타내는 중심 지표로 해석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결국 최저임금의 인위적 인상을 버티어내는 건강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부자’의 정의를 조금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으며, ‘최저임금’의 정의도 조금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먼저 ‘부자’보다는 ‘전문 임대소득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임대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이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보다 경제적 평등을 위한 더 좋은 수단일 것이다. 임대수익에 대한 과세를 큰 폭으로 인상하여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켜 버리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다. 시중에 신용이 너무 많이 풀려 있고 이것이 부동산시장에 쏠려 있기 때문에 거시적 관점에서 이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이쯤에서 깨알 홍보..) 조심해야 할 부분은 임대소득자에게 과세되는 세금이 그대로 임대료에 반영되어 결국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임대료의 상승률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다. 근원물가상승률, 혹은 최저임금의 상승률의 일정 범위 내에서 임대료 상승률을 묶을 수 있다면 임대사업자에 대한 증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투기적 임대사업으로 인한 리스크를 막는 목적을 위해서라도 대출 공급을 제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이 ‘건물주 꿈나무’에 공급하는 신용에 한해 추가적인 자본을 요구하는 방식 등으로 감독이 가능하다. 즉, 건물주가 되고 싶으면 자기 돈으로 하라는 소리다. 중앙은행이 부동산시장을 띄우기 위해 금리를 낮춘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중앙은행의 설립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투기적 임대사업자에게만 더 강한 LTV, DSR 등을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역사적으로 LTV, DTI 등이 강하게 적용될 때마다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투기적 임대사업자’를 어떻게 식별해내느냐다. 이는 시중은행에 대한 강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은행이 보유한 방대한 신용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최저임금을 지역별, 업종별로 차등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의 임대료는 아산의 임대료보다 비싸다.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자영업자의 상황도 판이하게 다르다. 교촌치킨 금호점 박사장님 고용하는 배달 알바생과 서부지검 근처 김변호사님이 고용하는 알바생은 겹치지 않을 것이다. 그 지역의 부동산시장 및 노동시장의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젊은이가 고시원에 묵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천안에 사는 알바생이 지불하는 투룸 가격보다 비쌀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보다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핀포인트로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활패턴과 소비패턴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느끼는 거주비용 부담감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중위소득자의 그것에 비해 더 높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을 다량 공급하거나 정부 주도로 임대사업을 실시하여 거품을 뺀 가격으로 주거공간을 마련해주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최저임금에 더해 현물로 교통카드나 식품권을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인이 최소한 섭취해야 하는 쌀과 김치, 우유와 빵 등을 공급하여 식비를 절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단기 계약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대출 등을 통해 레버리지를 할 수도 없다. 미래가 없는 이들에게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을 짜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저축을 할 수 있을까? 저축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어떻게든 만들어주어야 한다. 하다 못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증빙서류를 가져오면 담배를 공짜로 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이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여 주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해외 취업이라도 알선해 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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