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옥, 서울.

경제학자로서 서울의 부동산시장을 분석하는 일과 별개로 이 거대한 도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미생 중 하나의 입장에서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최근 옥수-금호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평수와 관계 없이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근 몇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정권 교체로 인한 부동산시장 규제 강화 등 향후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요인들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호가가 껑충 뛰었다.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3% 아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근원물가상승률은 1.5%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데 집값만 뛰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풀린 대규모의 신용이 기업으로 가지 않고 가계, 부동산  돈이 몰린 까닭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는데 금리가 낮다 보니 투자해도 수익성이 좋지 않고, 경기가 나쁘다 보니 기업들이 살아날 구멍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들의 기대감 하나도 버블을 일으켜 자산을 불려 나가는 부동산 시장으로만 돈이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합법적인 투기장인 셈이다. 요즘은 갭투자와 분양권 전매가 버블의 주요 채널인 것 같다. 갭투자의 경우 매우 높은 레버리지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규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몇천만원의 여윳돈만 있어도 전세를 낀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만약 매매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 규모가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진입이 가능하다. 분양권 전매 시장의 경우 중도금 집단대출 등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제도의 헛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역시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다면 아마도 이 두 투자방식이 트리거로 작동할 것이다.

와이프의 직장은 도곡, 나의 직장은 여의도이기 때문에 적당한 살 곳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지금 살고 있는 금호동이 그나마 가장 나은 타협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압구정발 부동산 버블이 옥수동을 덮치고 그 근처인 금호나 약수까지 그 여파가 밀려오고 있다. 압구정 대형평수 아파트들의 재개발 호재로 그곳 집주인들의 미래 기대자산이 상승하면서 그들의 아들딸들이 주로 거주하는 옥수동 아파트 가격도 같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금호동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대부분의 도로는 여전히 2차선이고 주차장을 구비한 대규모 그로서리 마켓 하나 없는 재래시장 중심인 이곳이 과연 최근 가격과 같은 시장가치를 내재적으로 포함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곳의 가격은 대부분 근미래에 명목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또다른 상승요인을 낳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차익을 남기고 팔겠다는 투기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금호동의 경우 공급충격만 있고 수요측면의 기대감은 사실상 쉽게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동네의 가격상승에 힘입어 함께 버블이 발생하기를 맹목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나와 와이프가 맞벌이로 열심히 벌어도 아파트 가격의 상승속도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기껏 1년에 몇천만원 모을 수 있지만, 같은 평수의 아파트 가격은 감가상각도 안되고 1억원이 넘게 퍽퍽 치고 나간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지금 우리가 모은 돈으로 중형 평수의 신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돈의 두배만큼의 돈으로도 서울 시내 역세권의 소형평수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힘들다. 여러모로 살기 쉽지 않은 도시다. 우리 가족이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역설적으로 이 도시를 탈출하는 것이다. 서울 근교에서 출퇴근해도 괜찮을 정도로 여유롭게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는 것이 첫번째 숙제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차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오늘에서야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면 출근 시간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보다 약 20분 가량 줄어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강변북로를 이용해서 다녔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와 시간상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겪어야 하는 예상치 못한 불쾌한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위안을 삼고 있었는데 오늘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면서 전보다 훨씬 나은 출근길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런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며 현재 사는 곳에 다시 한번 애정을 붙여보도록 노력해야 겠다. 그리고 금호동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기 전 서둘러 매매를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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