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pool: Powerplant

girlpool
클리오 터커(Cleo Tucker)와 하모니 티비대드(Harmony Tividad) 두 명으로 이루어진 캘리포니아 출신 밴드 걸풀이 데뷔 EP와 첫번째 정규음반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낸 음악적 색채는 무척 단순명료했다. 기타와 베이스만으로 이루어진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악기 편성 위에 두 명의 보컬이 절묘하게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음악의 흐름을 주도했고, 그 덕분에 이들이 풀어내는 이야기, 즉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았다. EP와 첫번째 정규음반 사이에 큰 발전을 이루어냈다고 평가받는 이들이 두번째 정규음반 [Powerplant]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속도를 지속할 수 있었을까? 음반의 첫인상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전작에 비해 한껏 풍성해진 사운드가 이들의 목소리에만 쏠렸던 관심을 사운드 전체로 넓게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면, 전작을 지배했던 농축된 밝은 에너지가 음반 전체에 걸쳐 쉽게 찾아지지 않아 못내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음반을 반복해서 계속 듣다보면 이들의 음악이 가지고 있던 미덕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 것일 뿐 에너지 레벨이 한차원 내려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두번째 음반의 주인공도 여전히 이들의 목소리다. 전작에 비해 다양한 악기를 동원해 훨씬 넓은 사운드스케이프를 펼쳐놓는 숙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했지만, 목소리와 하모니가 여전히 그 중심을 꽉 잡고 집중력을 잃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음반작업을 원래 윌코의 제프 트위디와 함께 작업하려고 했으나 일정 상의 문제로 무산되었다고 하는데,  트위디 특유의 마이너하고 나른한 감성이 간접적으로나마 전달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하이톤의 에너지에서 제법 무거워진 분위기로 전환된 음반의 색깔 역시 한결 이해하기 쉬워졌다. 여러모로 이번 음반은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기대했던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것은 아니고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엄청난 사운드가 숨어있는 것도 아니지만, 반짝 반짝 빛나는 별처럼 등장하여 많은 이들의 호감을 산 이들이 꾸준하게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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