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et Foxes: Crack-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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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기가 막힌’ 음반을 연속으로 발표하며 촉망받던 아티스트가 음악계를 5년 넘게 떠나 있었다면 그 시간은 결코 무시할 정도로 짧거나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그 기간동안 그 아티스트가 속해있던 밴드의 전직 드러머는 파더 존 미스티라는 이름으로 세 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인디 음악계의 새로운 맹주로 떠올랐다. 어깨를 나란히 견주던 아케이드 파이어는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인디씬 너머의 다른 차원으로 나아갔다. ‘Occupy Wall Street’ 운동은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결말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로빈 펙놀드가 ‘걱정’하고 ‘근심’하던 세상의 많은 일들은 해결되기는 커녕 조금씩 더 나빠져갔다. 시애틀 출신의 밴드 플릿 폭시스를 이끌던 그는 뉴욕 맨하튼에 위치한 컬럼비아 대학교의 “가장 독특한 행색의 신입생”이 되었다. 그가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플릿 폭시스의 활동은 완전히 멈췄다. 펙놀드와 멤버들은 그들과 한 때 함께 밴드활동을 했던 드러머가 펙놀드의 수염을 흉내내며 희화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극우정당들이 세계적 대기업들과 함께 불평등을 심화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그저 지켜봐야 했다. 그들이 발표한 지난 두 장의 음반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정서가 근심, 혹은 걱정, 혹은 염려의 감정(anxiety)이었다면, 이제 음악계의 한쪽으로 살짝 비켜난 이들이 6년만의 새음반에서 간직해야 했을 정서는 무엇이었을까.

플릿 폭시스의 세번째 정규 음반이자 서브팝을 떠나 워너뮤직 산하 계열사인 Nonesuch와 계약 후 발표한 첫번째 음반인 [Crack-Up]은 지난 두 장의 음반과 그 성격을 명확히 달리 한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할만하다. 물론 펙놀드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둘러싼 멤버들의 화음, 플릿 폭시스만이 해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미국 포크 음악의 색깔은 여전하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 유난히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정서가 음반 전체를 관통하고 있고, 음반에 실린 노래들이 매우 개인적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 역시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Crack-Up]은 플릿 폭시스 프로젝트라기 보다는 로빈 펙놀드의 개인작업처럼 들린다. 음반작업의 모든 곡에 관여한 멤버는 펙놀드를 제외하면 Skyler Skjelset 한 명 뿐이다. 그리고 펙놀드는 그에게 “Third of May/Õdaigahara” 라는 노래를 헌정했다. (5월 3일은 Skjelset의 생일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음반이 통일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펙놀드는 전세계 그 어떤 아티스트도 따라하지 못하는 형태의 음악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정서를 눌러 담아 만들 수 있는 몇 안되는 재능 중 한명이다. 음반에는 그가 뉴욕의 대학에서 보고 느꼈을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그 결과물이 전과 달라(혹은 우리의 기대와 달라) 그 점이 명확하게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음반을 여는 첫 곡 “I am All That I Need/Arroyo Seco/Thumbprint Scar”는 펙놀드 특유의 연곡 형식을 극단적으로 늘린 느낌인데, 그 정서가 몹시 우울해서 우선 한번 놀라게 된다. 아마도 펙놀드는 세상을 근심하는 시선에서 그 세상에 영향을 받은 자신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응하는 자세에 대해 표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노래는 명롱한 펙놀드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청자를 완전하게 배신하며 낮은 톤의 spoken words로 이렇게 시작한다.

I am all that I need, and I’ll be, till I’m through
And I’m light on my feet, good to be, without you
Mute at midnight, she might look like the answer
but I’m all the I need

음반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이자 아마도 가장 멋진 곡 중 하나일 “If You Need To, Keep Time on Me”는 서브팝 시절의 플릿 폭시스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노래다. 이들 노래에서 이토록 명징하고 노골적으로 ‘나’를 드러낸 적이 있나 싶은데 심지어 타인에게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부탁하는 듯한 후렴구는 펙놀드의 목소리가 더이상 불특정 다수를 향하고 있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플릿 폭시스의 오랜 팬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트랙은 아마도 “Fool’s Errand”일 것이다. 음반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함과 동시에 전작들과의 연결고리를 적절하게 찾고 있다. 다만 이 노래에서도 화자는 “나”이고, “나”의 혼란스러운 경험과 감정이 노래를 휘젓고 있다.

이 음반은 플릿 폭시스의 커리어에서 가장 감정적이고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다. 그만큼 목소리는 많이 떨리고 있고 입장은 모호하며 색깔은 다양하다. 완전히 놓아버린 지난 시간에 대한 회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태에 대한 불안감, 그 안에서 계속 피어오르는 세상에 대한 근심,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개인의 고독과 극복의 문제. 파더 존 미스티가 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면 플릿 폭시스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명상(retreat)과 독백. 그 안에 플릿 폭시스만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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