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 John Misty: Pure Com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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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틸만의 프로젝트 파더 존 미스티의 세번째 정규작인 [Pure Comedy]는 그의 음악적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알리는 견고하고 아름다운 음반이다. 최근 몇년 간 힙합, 블루스, 소울 등 흑인음악쪽으로 무게추가 급격하게 기울고 있는 현대 대중음악계에서 록과 포크 기반의 음악에서도 여전히 선구적인 창의성이 탄생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승전보와도 같은 음반이기도 하다.

조쉬 틸만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뛰어난 가사전달능력은 그의 철학이 더 깊어지면서 하나의 고유한 브랜드로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현실의 모순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스스로 그 모순을 해부하고 파헤치는 ‘분석’의 깊이를 갖추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 퍼져있는 거시적인 문제점부터 인간 개인의 욕망 등 미시적인 부분까지 사정없이 건드리는 폭넓은 스펙트럼까지 갖추었으니, 이제 그를 ‘작가’라고 칭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의 목표는 21세기의 밥 딜런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Pure Comedy]라는 음반명 뒤에는 그만의 반어법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더이상 뒤틀린 유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전달되는 그의 메시지는 음반 전체를 관통하며 코메디의 차원을 넘어선 진지함을 구축하고 있다.

사실 이번 음반에서 가사보다 더 크게 놀란 부분은 음악적 완성도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점이다. 우리가 팝음악에서 ‘전통’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원형 그대로 재현하되 그 안에서 레퍼런스를 쉽게 떠올릴 수 없을 정도의 창의성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파더 존 미스티는 그것을 해낸다. 그가 이 음반을 현대의 ‘고전’으로 만들고 싶어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의 고전들이 남긴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계승하여 현대의 감성으로 되살린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음반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거나 빈 구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곡 구성능력과 곡 간 긴밀한 연결관계를 보여준다.

데뷔 음반 [Fear Fun]에서 보여준 그만의 그로테스크한 유머 감각은 이번 음반에서 많이 희미해졌다. 대신 전보다 훨씬 더 굵어진 그만의 ‘선’이 느껴진다. 어쩌면 이번 음반을 통해 파더 존 미스티는 2010년대 인디음악계에 굵은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대가’라고 부르는 애니멀 컬렉티브, 그리즐리 비어, 윌코 등과 같은 위상을 갖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대로만 쭉 나아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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