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dive: Slowd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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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My Bloody Valentine과 동시대에 활약했던 슈게이즈-인디록 밴드 Slowdive가 22년만에 셀프타이플 4집 음반을 들고 돌아왔다. 22년만에 새음반을 발매한 것도 놀랍지만 1991년 메이저 데뷔 후 지금까지 단 네 장의 정규 음반만을 기록한 심플한 디스코그래피가 더 놀랍다. 그만큼 슬로우다이브는 ‘듣기 쉽지 않은’ 밴드였다. 1993년작 [Souvlaki]와 1995년작 [Pygmalion]은 슈게이징, 혹은 브릿팝 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봣을 명작이었지만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아 비싼 수입반으로 챙겨두어야 했던 빘한 “필수템” 이었다.

2013년 돌아오기 전까지 단 세 장의 단촐한 디스코그래피를 자랑(..)하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복귀작이자 네번째 음반 [m b v]를 통해 탄탄한 ‘기본기’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었듯, 슬로우다이브의 복귀작 [Slowdive] 역시 왜 이들이 짧은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슈게이즈/드림 계열에서 전설로 통하는지, 왜 이들의 음악이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인구에 회자되며 즐겨 플레이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첫 곡 “Slomo”의 처음 30초에서 이미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의 서늘한 감동이 밀려오는데 이와 비슷한 높이의 감정적 파고가 음반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90년대 해왔던 그 방식 그대로 노래를 제조하는데 그 안에 담긴 깊이는 22년동안 훨씬 성숙되었다. 똑같은 그릇을 만들어도, 똑같은 커피를 한잔 내려도 그 과정에 개입하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결과물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처럼, 그 사람의 손길에 영향을 미치는 ‘숨결’, 혹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깊이에 따라 손길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처럼 슬로우다이브의 새음반은 전작들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요즘 음악들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순간들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건가 싶다. 시대를 억지로 무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시대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 초연함이 음반의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일관된 정서 중 하나다. 이 초연함은 아마도 시간을 정직하게 흘려보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강점일 것이다. 대부분의 노래가 5분에 육박하고 8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곡이 있을 정도로 구성이 단순하지 않지만 매 곡을 소화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달콤하다. 서늘한 긴장감과 아름다운 포만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명반이다. “Star Roving,” “Everyone Knows,” “No Longer Making Time”과 같은 명곡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어느 한 곡 버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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