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y Bliss: Gu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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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록 밴드 Charly Bliss의 데뷔음반 [Guppy]를 듣고 있다 보면 좋은 음악이 탄생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비단 개인의 재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러니까 음악의 장르를 결정짓는 지역성, 문화적 인프라와 같은 잘 알려진 환경요소 뿐 아니라 무형의 문화적 배경이 개인의 재능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코네티컷의 한 동네에서 좀 특이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아이로 유명했던 Eva Hendricks는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밴드를 만들고 싶어 사람을 찾던 중 한 인디밴드 공연장에서 Spencer Fox라는 사람을 만나 함께 합주를 시작한다. 마침 에바의 전 애인이었던 Dan Shure가 베이스를 칠 줄 안다고 해서 무작정 합류시켰고 드럼은 에바의 오빠인 Sam Hendricks에게 맡겼다. 그러다가 에바가 NYU에 진학하면서 밴드는 근거지를 뉴욕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곳에서 2013년부터 줄기차게 공연을 하면서 명성도 쌓고 EP도 내다가 슬리터-키니, 도쿄 폴리스 클럽 등의 오프닝을 맡으면서 계약을 체결하고 데뷔 음반도 냈다는, 그렇게 좋은 평를 받은 그 음반과 함께 지금 열심히 본인들만의 투어를 돌고 있다는, 전형적인 인디밴드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어쩌면 미국에서는 아주 평범한, 1년에 수십 차례 가까이 등장하는 고만고만한 인디밴드의 성공적인 데뷔 뒷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만약 이들이 서울에 태어났다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에바의 경우 아마도 공부를 하느라 밴드를 해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아니 그 전에 음악은 무슨 음악이냐며 부모님께 혼나면서 풀이 많이 죽었을 것이다. 코네티컷과 뉴욕이라는 배경이 이들에게 어떤 기회를 준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것이 재능으로 발전되는 ‘채널’이 한국보다 훨씬 잘 뚫려 있다는게 부러울 따름이다. 이것은 단순히 ‘열려 있는’ 사회구조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밴드를 하고자 마음먹으면 밴드를 할 수 있는 ‘단단한’ 사회적 뒷받침이 부러운 것이다.

이들의 음악에는 둔탁한 그런지 사운드와 밝은 팝 멜로디가 공존하고 있다. 에바 헨드릭스는 아마도 이 두 요소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본인의 목소리가 달콤한 멜로디라인에 잘 쓰일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블 기타가 육중하게 내리찍는 얼터너티브 사운드에서 물려받은 유산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그 해결책으로 속도를 택한 듯 보인다. 모든 곡은 빠르게 시작해서 빠르게 끝난다. 좋은 훅을 가지고 있는 멜로딕한 후렴구와 시원하게 내지르는 두꺼운 기타사운드가 쉴새없이 몰아친다. 30분 정도에 불과한 짧은 러닝타임은 그래서 큰 흉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아쉽지만, 더 길게 끌었다면 자칫 지겨울 뻔 했다. 시원하게 시작해서 깔끔하게 끝나는 좋은 구성의 음반이다. 그래서 두번째 음반에서 조금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숙제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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