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ribe Called Quest: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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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Show me the Money”라는 프로그램에 한국 뮤지션들이 나와서 하는 말들을 들었다. 원썬이라는 아주 긴 경력을 가진 래퍼가 나와서 오디션을 봤는데(“꼬마 달건이”를 기억한다면 당신도 그와 비슷한 정도로 늙었다고 할 수 있다) 1분도 채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보다 한참 뒤늦게 경력을 시작한 심사위원 비슷한 위치에 있던 다른 래퍼, 혹은 뮤지션들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오래 됐다”, “최신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등의 탈락 이유를 밝혔다. 힙합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구조적 변화가 극심한 음악 장르의 경우 단순히 현재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왔던 ‘현재의 흐름에 충실한’ 뮤지션들은, 18년만에 나온 A Tribe Called Quest의 신작을 듣고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현지 유력 평론가들로부터 “90년대 말 타임캡슐로 봉해졌다가 현재에 다시 꺼낸 듯 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 음반도 그저 현재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화석으로 박제되어 버린 늙은 뮤지션들의 ‘올드 스쿨 찬양가’에 불과하다고 혹평할 수 있을까?

그 타임캡슐에서 막 꺼낸 듯 하다던 음반의 묘사의 바로 뒤에는 “과거의 영광스러운 업적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새로운 생명력으로 가득차 있다” 라는 극찬이 있었다. 원 멤버 Phife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데뷔 음반 <People’s Instinctive Travels and the Path of Rhythm> 발매 25주년을 기념한 The Tonight’s Show에서의 깜짝 재결합 공연은 18년만의 새로운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그동안 멤버들 사이에 남아 있던 불화와 앙금을 잠시 덮어두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했을 것이다. Q-Tip의 진두지휘 아래 그의 홈스튜디오 등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첫 곡의 첫 비트부터 올드 스쿨 힙합의 향수를 확 불러일으키는 장치들로 충만하지만, 그와 동시에 현시대 흑인음악의 위치와 위상을 현명하게 수용한 신중함도 엿보이는 수작이다. 90년대 흑인 음악판에서 가장 창조적인 공동체로 기억될 어 트라이브 투 콜드 퀘스트가 거의 완전한 오리지널 멤버의 구성으로 새로운 음반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거장들이 자진해서 이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크레딧에 등장하는 이름들만 간단히 열거해봐도 켄드릭 라마, 앤더슨 박, 버스타 라임스, 안드레 3000, 잭 화이트(!), 엘튼 존(!!) 등 실로 대단한데, 이 음반의 놀라운 성취는 바로 이렇게 이름값만으로 대단한 뮤지션들을 초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기운에 눌리거나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음악으로, 하나의 고유한 정체성 안에 이 모든 음악적 다양성을 잘 녹여냈다는 사실이다. 이건 전적으로 총괄 프로듀서를 담당한 큐팁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앤더슨 박이 객원 보컬로 참여한 음반의 열세번째 트랙 “Movin Backwards”와 잭 화이트, 엘튼 존 등이 참여한 음반의 네번째 트랙 “Solid Wall of Sound”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크레딧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저 노래가 참 좋다~ 역시 대단한 그룹이야, 했을 정도로 객원 뮤지션의 이름이 노래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안드레 3000과 함께 한 “Kids” 역시 음반의 백미로 손꼽힐 정도로 훌륭하다. 자칫 “우리가, 우리 시대가 짱이었어!”라고 꼰대질을 하는 배나온 아저씨가 될 뻔한 이 음반은 그러한 ‘아재근성’을 슬기롭게 모두 피해가며 ‘그저 좋은 흑인 음악’이 무엇인지 후배들에게 한 수 잘 가르쳐 주고 있다. 그 가르침은 유행을 따라가지 않아도 좋은 음악은 얼마든지 창조될 수 있으며 현재와 충분히 소통하면서도 과거의 유산을 배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교훈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진리를 음악 그 자체로 충실히 보여줄 수 있는 예술가는 세상에 손꼽을 정도로 적다. 이 전설적인 그룹의 마지막 음반은 그렇게 역사 속에 다시 한번 아로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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