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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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의 <더 킹>은 ‘착한’ 작품 의도가 빈약한 서사와 어설픈 연기력에 의해 어떻게 재앙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박태수라는 가공의 인물이 경험하는 수십년의 삶을 현실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 사이에 끼워 맞추는 팩션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영화는,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99%의 평범한 시민이 이 나라의 진정한 왕(king)이다”라는 낯뜨거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두시간이 넘는 시간을 낭비한다. 감독이 공들여 창조한 박태수의 일대기는 독창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디서 보고 들은 뻔한 내용들의 짜집기이며, 이 인물이 굳이 애를 써가며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은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시시하다. 그 과정에서 개연성은 실종되었으며 박태수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입체성은 처음부터 실종되어 영화 내내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이 영화가 현실에 바탕을 둔 허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검찰 내부에 존재하는-것으로 알려진- 정치검사들의 행태를 극단적으로 왜곡하여 보여주는 방식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색하게 과잉된 에너지조차 준비가 덜 된 배우들이 보여주는 수준 미달의 연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올 뿐이다. 정우성은 더이상 얼굴 하나만으로 영화에 캐스팅되면 안될 것 같고, 조인성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한다”라는 칭찬 외에 해줄 말이 없다. 그나마 현실적이고 입체감이 느껴지는 유일한 캐릭터는 김소진이 분한 안희연 검사 뿐이었는데,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이 인물만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다고 한다. 감독의 빈곤한 상상력과 부실한 조사력을 탓할 수 밖에. 참, 류준열이 분한 ‘친구’ 역할은 아예 이야기조차 하지 말자. <친구>가 나온지 15년도 더 지났다. 이제 이런건 그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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