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ne Coyle: GDP: A Brief but Affectionate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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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GDP, 하지만 그 누구도 잘 알지 못하는 GDP. “국격”같은 해괴한 개념을 좋아하는 국민적 특성을 가진 어떤 나라에서는 GDP보다 올림픽 금메달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국가의 살림살이나 삶의 질, 그리고 다른 국가와의 비교를 위해 사용하는 주된 지표로 GDP를 선호한다. GDP는 완벽하지 않은 지표다. 한 국가의 경제 수준을 하나의 단일한 숫자로 표현한다는 것부터 엄청난 생략과 왜곡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가 왜 현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하고도 권위적인 지표로 자리잡았는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국가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가 완벽하지 않다면, 새로운 지표를 개발할 것인지, 혹은 GDP를 보완해서 발전시킬 것인지 여부도 생각해야 한다. <GDP: A Brief but Affectionate History>는 이러한 고민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좋은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책이다. “역사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GDP의 현재를 이야기하기 위해 과거를 빌려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는 GDP의 현재 위상과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의 주장을 합당화시키기 위한 근거자료로써 GDP의 기원이라던가 발전 과정에서의 여러 실책들, 그리고 GDP에 제기되는 여러 비판들을 시간 순서로 배열하고 있는 셈이다. 목적이 분명한 책이기에 포기하는 지점도 많다. 시간순으로 정리된 역사책이라고는 해도 저자의 주장이 생뚱맞은 곳에서 장황하게 이어지는 바람에 그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매우 얇고 간결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잘 정돈된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또한 GDP에 대해 피상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담고 있지만, 경제학 전공자들에게는 미진한 감이 느껴지는 정보의 ‘깊이’도 이 책이 가지는 또다른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1차 세계 대전 과정에서 전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탄생한 GDP가 발전 초기 단계에서 이미 후생(welfare)의 측정을 고민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흥미롭지만, 그 후생을 현재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보다는 이러저러한 학자들이 이러저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라는 개괄적인 소개만을 간단히 하고 서둘러 마무리짓는 구성은 전채요리만 먹고 본식을 건너뛴 듯한 공복상태를 유지시킨다. 하지만 GDP와 관련된 여러 혜안들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이 갖는 가치는 충분한 듯 하다. 아마 많은 이들이 한번 쯤 생각했을 법한 “가정주부의 가사노동은 GDP에 포함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정주부의 세탁 노동 가치가 한 나라의 금융산업이 창출하는 가치의 총합의 80%에 달한다는 사실이 주는 놀라움과 함께 한 남자가 아내와 이혼한 뒤 그 집에 고용되었던 가정부와 결혼할 경우 GDP가 감소한다는 역설(가정부의 노동가치는 가정주부로 신분이 전환됨으로써 GDP에서 지워지기 때문이다)을 예시로 제시함으로써 GDP가 갖는 통계적 허점을 통렬하게 지적하는 이런 방식의 논리 전개는 학부 수준의 독자가 GDP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게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다 정교하고 복잡해진 금융산업이 GDP에 기여하는 바와 인공지능 등 새로운 형태의 자본-혹은 노동-이 탄생함으로써 수정될 수 밖에 없는 기존의 계산 방식에 대한 고민 등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GDP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적당한 수준에서 잘 소개하고 있다. 한 국가의 삶의 질을 시장가치로 환산된 최종거래 금액으로 정리하는 현재의 방식이 정당한가에 대한 대답을 이 책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무리다. 이 책은 GDP에 대한 소개서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행복’이나 ‘여가’같은 보다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GDP에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고민은 Weimann 등이 함께 쓴 <Measuring Happiness>를 참고하기 바란다. 물론 이 책도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예전보다 조금 더 추상적인 개념들을 어떻게 기존 경제학에 융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현재 수준을 확인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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