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Worries: Yes Lawd!

아프리카계 아버지가 한국계 어머니에게 휘두른 주먹질의 결과로 튀긴 핏물이 집 밖 거리로까지 새어나간 후에야 14년 간 이어진 가정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산타 바버라 근교 마리화나 농장에서 이유없이 쫓겨나 갓 태어난 어린 아들과 아내와 함께 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해야 했던 Anderson .Paak의 과거는 <Venice>나 <Malibu>와 같은 음반 제목만큼이나 아름답고 달콤한 그의 음악에 아로새겨진 팽팽한 긴장감의 원천이 어디에서 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최근 음반 <Malibu>는 지난 해 가장 흥미로운 흑인 음악이었다. 스티비 원더부터 켄드릭 라마까지 떠오르게 하는 장르 파괴적인 그의 다재다능함은 특유의 음색과 뛰어난 곡 구성 능력으로 인해 비평적 찬사와 대중적 호응을 동시에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최근까지 닥터 드레와 활발한 곡작업을 할 정도로 ‘출세’한 그는 지난 해 프로듀서 Knxwledge와 함께 프로젝트 NxWorries(“no worries”로 발음하면 된다고 한다)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하나 더 발표했다. 이 둘은 2015년 2월 싱글 “Suede”를 Stone Throw Records의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하며 존재를 처음으로 알렸는데 이 곳과 유튜브 등에서 백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컬트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이 노래에는 그 유명한 Gil Scott-Heron이 참여했다). 그 결과 같은 해 여름 Earl Sweatshirt의 투어에 합류하여 함께 공연을 하게 되었고 이 것이 NxWorries의 이름으로 행해진 처음이자 마지막 퍼포먼스였다고 한다. 2016년 3월 또다른 싱글 “Link Up”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고, 그해 6월 앤더슨 박이 이 프로젝트의 첫번째 정규앨범의 발표를 확인하면서 데뷔가 공식화되었다.

그렇게 해서 공개된 첫번째 음반 <Yes Lawd!>에는 선공개되었던 “Suede”와 “Link Up”, “Lyk Dis”를 비롯해 총 19개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이 음반에 수록된 대부분의 작업이 앤더슨 박의 <Malibu> 이전에 이루어졌다고 하니 그의 전성기가 막 시작되기 전 모습을 알고 싶다면 들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할 것이고, 굳이 그런 ‘시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닥터 드레와 켄드릭 라마 등 웨스트 코스트의 거물 아티스트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뮤지션과 프로듀서가 합심해서 만든 음반이니만큼 힙합과 네오 소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정도의 완성도가 있는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5~70년대 흑인음악을 시도했던 백인 뮤지션들의 음악에서 영감을 찾는 앤더슨 박의 경계를 허무는 사운드메이킹은 Knxwledge의 손길이 더해져 조금 더 풍성해졌다. 엘에이 근교의 가난한 흑인들의 삶을 노래하면서도 관계의 형성과 커뮤니티 안에서의 단결을 잊지 않고 전달하는, 따뜻함과 냉정함이 교차하는 특유의 가사도 여전하다. 앤더슨 박은 앞으로도 더 많이 성장할 것이고 주목받을 것이다. 흑인이라는 인종 자체에 갇혀 폐쇄적인 문화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다양성을 무기 삼아 흑인 음악의 세계를 무한하게 확장하려고 하는 그의 현재를 목격하는 것은 그래서 즐거우면서도 중요하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