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토끼: Stay Gold

야광토끼는 검정치마와 함께 한국적 디아스포라 예술을 한국 인디 음악계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몇 안되는 젊은 뮤지션이다.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성장한 임유진과 조휴일은 미국의 감수성을 흡수한 언어(신스, 일렉트로닉, 혹은 인디 기타팝)로 음악을 만들지만 한국의 언어(한국어 가사)로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영미 인디씬의 최신 조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음악 구조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주는 ‘친밀한 어색함’과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한국의 인디음악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조휴일의 음악이 일반적인 한국인의 음악 청취 방식을 기분좋게 배반하는 아이디어에서 오는 신선함을 미덕으로 가지고 있다면, 임유진의 음악은 보다 적극적으로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젊은-여성’이라는 영역 안에서 고민하고 있다. <Seoulite>라는 1집 음반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정체성의 고민이 역력이 뭍어나는 편인데, “Lond-D”에서 장거리 연애의 고단함을 이야기하고 “Comm Ave.”에서 추억이 담긴 거리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는 등, 야광토끼는 자신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이 내적 심경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이것이 보컬 음색이 가진 독특한 매력, 뛰어난 건반 연주 능력과 합쳐져 그 해 가장 달콤쌉사름한 신스팝 음반을 만들어 냈다. EP <Happy Ending>은 위와 같은 야광토끼의 음악적 정체성이 가진 독특한 밸런스가 묘하게 무너진 느낌이었다. 음 하나 하나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던 데뷔 음반에 비해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부분이 아무런 의미 없이 장식품으로만 쓰이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두번째 정규 음반 <Stay Gold>는 야광토끼가 가장 잘 하는 것을 가장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운드는 전작에 비해 훨씬 차분해졌지만 이와 동시에 빈틈없이 풍성해졌다. “Room 314″등에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사운드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이 꽤나 만족스럽다. 사운드 못지 않게 디아스포라적 메시지 역시 진화하고 있다. 서울에서의 생활이 이제 제법 오래 되었는지 그녀는 조금 더 서울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 곡 “Romance in Seoul”을 비롯해 “북악산로”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성장했지만 한국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한국적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혹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을 그녀만의 단순하고도 명쾌한 가사 전달 능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음반의 전체적인 구성도 매끄러운 편이다. 음반을 차분하게 닫는 마지막 곡 “Don’t Forget Me”까지 듣고 나면 마치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나이라는 서른을 넘어선 지금, 그녀는 두 개의 세계를 경험한 이야기를 두 개의 세계가 결합된 방식의 음악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 과정이 전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진 듯 해 썩 만족스럽다.

2 thoughts on “야광토끼: Stay Gold

    • 네. 그것 잠깐의 경험도 크죠. 예를 들어 시차가 12시간 이상 나는 롱디같은건 일년만 해봐도 죽을거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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