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Iver: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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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정규 음반으로 인디계에 거물로 떠오른 Bon Iver와 Justin Vernon은 이후 오랜 기간 스튜디오를 떠나 분주한 나날, 혹은 비공식적인 혼란기를 겪는다. The National 멤버들과 함께 만든 Eaux Claires Festival이 “분주한 나날”에 해당한다면 저스틴 버논을 제외한 대부분의 2집 스튜디오-투어 멤버들이 밴드를 떠난 일은 “비공식적인 혼란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건일 것이다. 지난 겨울 버논은 세번째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마치 몸을 풀 듯 아시아 투어에서 밴드의 새로운 라인업과 셋리스트를 공개했다. 운 좋게 그 아시아 투어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곳에서 밴드의 새로운 음악이 어떤 모습일지 살짝 맛을 볼 수 있었다. 두 대의 드럼으로 만들어내는 강렬한 리듬 파트는 여전했지만 2집과 1집을 사운드 면에서 구분 짓는 주요한 특징 중 하나였던 현악기와 관악기의 사용이 전혀 없었다. 세 명의 여성 보컬과 보코더 등을 통해 보컬 파트를 강조한 것도 흥미로웠다. 많은 이들이 “장르의 변화”라고 생각한 1집에서 2집으로의 변화를 나는 ‘점프’로 해석하고 싶다. 버논의 음악적 뿌리는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채 그만의 색깔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편견없이 습득하고 체화해 내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집의 첫 곡 “Perth”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이후 곡들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여전히 진한 그만의 쌉싸름하고 쓸쓸한 감수성이다. 2집에서 3집으로의 변화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 가능하다. 1집의 포크 감성이 2집의 대형 밴드 구성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사람은 3집에서 그 밴드의 구성 자체를 해체해 버린 변화의 폭이 무척 크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기존의 목가적인 정체성마저 완전히 버리고 제대로 발음하기도 힘든 노래 제목들과 해석 불가능한 앨범 커버 등 청자의 이질감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3집 <22, a million>은 여전히 Bon Iver의 음악이고, 여전히 이들만이 만들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장르의 변화로 읽지 않고 저스틴 버논의 성장기로 읽으면 그냥 여전히 그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만의 감정으로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지난 음반에서와 마찬가지로 음반의 포문을 여는 첫 곡에서 버논은 그 음반에서 보여주고 싶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담아냈다. “22(Over Soon)”은 그래서 파격적이라고 할 만 하다. 하지만 “#29, Strafford Apts”,  “666 (Upsideddowncross)”처럼 그 뒤 이어지는 노래들은 2집, 심지어 1집에 포함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구성과 편곡을 거쳤다. 칸예 웨스트, 제임스 블레이크같은 이 시대의 첨단을 달리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서 무언가 재미있는 도구들을 발견하고 그 것을 적용하면서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었을 수는 있지만, 위스컨신의 오두막집에서 하루종일 그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꼼지락거리며 음악을 만들 던 그 정체성과 뿌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전히 좋다. 아주 좋은 음악들이 담겨 있다. 그는 여전히 좋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쓸쓸한 가사를 절묘하게 엮어내어 독특한 심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음악과도 다른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것은 놀라운 성취다. 그와 그의 밴드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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