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 신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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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의 첫번째 음반 <욘욘슨>에 대해 이 블로그에 “그 해 가장 유쾌하게 들었던 앨범”이라고 적었다. 모든 가사와 가락이 한 없이 밝았기 때문은 아니다.  “포크에 기반을 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인위적인 카테고리를 만든다면 그 최전선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를 만난 반가움이 커서 마냥 기쁘게 들렸던 것 같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발매된 이랑의 두번째 음반이자 수필인 <신의 놀이>는 그녀의 세계가 -당연하게도-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지긋이 눌러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여전히 매우 재능 넘치는 예술가이며, 그 재능을 풀어낼 수 있는 목소리를 조금 더 다채롭게 다듬어 왔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맺음한다. 안도와 희열을 동시에 느낀다. 새로운 음악을 접하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그 기다림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노래들이 넘실거린다. 조금 더 솔직하게 본인의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서 드러내는 이야기 방식을 통해 깊이가 더해졌다. 그녀가 왜 영화라는 종합예술의 형태에 천착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시작하는 타이틀곡과 어머니와의 실제 대화를 삽입한 “가족을 찾아서”, 개인의 욕망과 현실의 어려움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도쿄의 친구”까지 듣고 나면 그녀가 용기 있는 이야기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웃어 유머에”, “슬프게 화가 난다”같은 노래들은 그녀만이 만들 수 있는 강렬하고 독창적인 넘버들이다. 그녀에게 배고프게 살라고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재능 중 가장 영리하게 잘 하고 또 가장 편안해 하는 건 역시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만든 영상물에서는 음악에서와 같은 감흥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계속 음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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