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Mercury Music Prize 미리 둘러보기

머큐리 음악상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발표된 모든 장르의 음악에 대해 시상하는 상으로, 영국인 아티스트 혹은 영국인이 50% 이상인 그룹이 해당 기간에 발표한 모든 음반이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시상식은 10월에 열리지만 후보는 8월 초에 미리 발표되는데, 올해부터는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후보에 대해 일반인들도 투표를 통해 선정에 참가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었다. 심사위원단은 아티스트, 음악산업 관계자, 언론인 등으로 구성되는데 올해 심사위원 중 우리가 알만한 인물로는 제시 웨어, 자비스 코커, 제이미 컬럼, 울프 앨리스, 가디언지 음악 담당 기자인 헤리엇 깁슨 등이 있다. 1992년 영국음향협회(British Phonographic Industry)와 영국음반소매협회(British Association of Record Dealers)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모두가 짐작하다시피 브릿 어워드에 대한 대항마 성격으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브릿 어워드 역시 영국음향협회에서 주관한다능ㅋ) 브릿 어워드에 대한 대안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노력이 가끔 너무 과할 때가 있는데, 역대 수상자 내역을 보다 보면 ‘요즘 뭐하나?’싶은 사람들도 꽤나 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힙’한 음악만을 쫓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만큼 그 해 가장 임팩트가 강한 음반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음악계의 판도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작녀에는 벤자민 클레멘틴이 <At Least For Now>로 이 상을 수상했다.

올 해에도 후보작들의 면면이 쟁쟁하다. 올 해 음악계 최대 뉴스이자 모두의 큰 슬픔이었던 데이빗 보위의 앨범도 있고 일렉트로니카로 들어선 아노니, 레트로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마이클 키와누카의 음반도 있다.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후보작들을 미리 볼 필요가 있듯, ‘죽어버린’ 그래미나 브릿 어워드를 대신할 참신성을 가진 머큐리 음악상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후보작들을 한번 쯤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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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헤드의 이 음반이 그들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가진 음반이라거나 커리어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음반이라고 평가할 사람은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라디오헤드는 거의 항상 좋은 음반을 발표해왔으며 팬들을 실망시키는 순간조차 다른 대부분의 뮤지션들보다 훨씬 더 나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번 앨범도 역시 좋지만, 소위 음악의 ‘판’을 바꾸는 혁신은 발견하기 힘들다.워낙 진보를 거듭해온 밴드이기에 더이상의 혁신은 아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만 음악공학, 혹은 사운드 아키텍쳐의 관점에서 볼 때 흥미로운 구석이 제법 많은 음반이기도 하다. 음악보다는 ‘소리’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 밴드의 모습이 보인다. 깨끗한 음질로 헤드폰을 끼고 천천히 들을 때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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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머큐리 음악상이 보위의 죽음으로부터 겹겹이 쌓인 애도의 감정을 이겨낼 수 있을까? <Blackstar>는 음반 자체로도 무척 뛰어나지만, 이 음반을 둘러싼 집단적 감정의 무게가 너무도 무겁기에 음반의 완성도를 객관적으로 바랄볼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음반이 올해 최고의 음반인가, 라는 질문에서 감정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머큐리 음악상에 투표하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그러할 것이다. 드라마틱하지만 진부한, 혹은 모두의 마음을 달래줄 어떤 순간이 시상식장에서 연출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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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지는 마이클 키와누카의 두번째 음반이 그를 70년대로부터 구출하는 역설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어쩌면 레트로라는 틀에 갇힐 수도 있었던 그의 음악세계는 이번 음반에서 현대의 감각을 확실히 획득하며 성공적으로 외연의 확장 뿐 아니라 확실한 정체성 역시 획득했다. 과거의 장르를 현대에 ‘리바이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2010년대의 감성을 녹여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완성도 높은 노래들이 빼곡하게 실려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힘이 달리는 느낌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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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냐 칸의 목소리는 이번 음반에서 유난히 가라앉아 있다. 몇몇 노래에서 그녀만의 카랑카랑한 샤우팅은 여전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다 차분해진 사운드때문일까? 이것을 ‘정제’라고 받아들일지 그녀가 가지고 있던 원천적인 에너지의 소실이라고 판단할지는 청자의 몫이다. 나는 전자라고 느꼈다. 그녀의 팬이기 때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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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에서 <I am a Bird Now>에서와 같은 절창을, 어떤 감정의 절정을 느끼고자 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음반을 듣는다는 것은 안토니, 혹은 아노니가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어떤 초입을 목격하는 과정이다. 그녀는 여전히 너무나 그녀답다. 이 음악이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장르인지 고민하기 이전에 이 장르에서조차 너무나 그녀다운 색깔이 뭍어나오는 현상이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존재감, 그녀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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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음악상 홈페이지에서는 일반인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얼마나 반영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나도 투표를 했다. 이 음반에 투표했다.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인종’ 자체가 장르를 규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지만 그 인종이라는 요소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음반은 흑인음악이 왜 여전히 흑인음악인지, 왜 그들이 가장 잘 할 수밖에 없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반에 실린 매 노래가 아름다운데 그 느낌이 너무 절묘해서 도저히 따라할 수 없을 것만 같다. Laura Mvula의 목소리는 아름답다. 그녀가 창조한 세계 역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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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지스는 항상 새비지스였다. 항상 그들의 음악을 해왔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잘 해왔으며, 그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왔다. 이번 음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결과물이 그들 커리어에서 어떤 절정을 건드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머큐리 음악상이 그 해 발표된 가장 좋은 음반들 중 해당 뮤지션의 커리어에서 가장 훌륭한 음반일 경우 수상한다는 말도 안되는 규칙이 있다면 당연히 이 음반이 수상해야 할 것이다. 요즘 메탈/코어 씬에서 단연 군계일학이다. 다들 알겠지만 이 그룹은 멤버 전원이 여성이다. 여러 음악 장르 중 가장 마초적이라고 알려진 장르에서 그 어떤 남성보다 더 파워풀하고 직선적인 음악을, 여성을 위한 메시지를 담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페미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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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975의 이번 음반은 무척 깔끔하게 정제되어 있다. 사운드는 한치의 빗나감도 없이 정리되어 있고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끓어오를 때와 터뜨릴 때를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너무 완벽해서 감히 미워할 수조차 없는 모범생을 보는 느낌이다. 다만 그만큼 재미도 없다. 귀에 거슬림 없이 몇 번을 계속 들었는데도 기억에 꼭 박힌 트랙이 없다는건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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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재즈의 어떤 극단을 경험할 수 있는 The Comet is Coming의 데뷔 앨범 <Channel the Spirit>은 이 후보명단에 포함된 음반들 중 가장 충격적이었고 가장 흥겨웠으며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흥미로웠다. 이 음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청자의 몫이다. 다양한 반응이 있을 수 있다. 나는 무척 재미있게 들었다.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다양한 장르가 재즈의 입 속으로 들어가 삼켜져 하나의 괴물이 탄생했다. 아주 아름다운 괴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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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후보명단의 또다른 모범생 제이미 운의 소포모어 앨범 <Making Time> 역시 흠잡을 데 없는 음반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상찬을 받았고 다른 많은 시상식의 복수의 부문에 후보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제너럴한’ 평단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감미롭고 깔끔하다. 딱히 불만이 없는 음반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역시, 그리 큰 재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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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E로부터 “영국의 스트릿 뮤직씬에서 이정표와 같은 음반이며 세계 음악사에 있어서도 아주 약간의 진보를 가져올 정도로 대단한 음반”이라는 칭찬을 받은 Skepta의 네번째 스튜디오 정규앨범 <Konnichiwa>는 음반 전체에 흐르는 에너지 레벨로만 보면 후보작들 중 단연 최고이고, 완성도 면에서도 흠잡을 곳 없는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다. 나는 그가 좋은 음악을 하고 있고 좋은 커리어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나이지리아 뿌리를 잊지 않고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의 야수같은 캐릭터가 지적인 송라이팅 능력과 함쳐져 야누스적 매력을 뽐낼 때 무척 멋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보작 중 하나인 Kano의 <Made in Manor>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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