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n Baker: Tang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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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erine>은 LA를 배경으로 하루 반나절동안 펼쳐지는 작은 소동극이다. LA라고 하면 흔히 비버리힐스나 산타모니카같은 부촌, 혹은 축복받은 날씨와 함께 하는 여유로운 해변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영화는 화려함을 디폴트 이미지로 가지는 이 세계적인 대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을 비춘다. 주인공은 LA의 한 허름한 구역에서 매춘을 하는 트렌스젠더다. 사회의 가장 밑바닥 계급, 거기서도 한번 더 차별받는 성정체성을 가진 이 주인공은 포주이자 남자친구인 이를 대신해 한 달의 형을 막 살고 나왔다. 출소하자마자 남자친구를 찾지만, 또다른 트렌스젠더 매춘부인 친구로부터 그가 바람을 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자친구를 찾아 나선다. 그 와중에 저녁에 예정된 작은 공연도 성공적으로 치뤄야 한다. 물론 그 공연은 가수의 꿈을 꾸는 주인공이 허름한 레스토랑에 돈을 ‘내고’ 갖는 공연이다. 그 와중에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인 택시기사는 트렌스젠더만 찾아서 매춘을 하는 취미를 가진 동유럽 이민자 출신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화려함의 이면에는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낙오한 이들의 초라한 모습이 있다. 소수 계층으로의 부의 집중은 광범위한 다수의 계층의 희생으로부터 비롯된 결과다. LA는 ‘골드러쉬’로 상징되는 미국 특유의 공격적인 자본주의의 최종 완성판 격인 도시이고, 겉으로 보이는 이 도시의 화려함은 분명 누군가의 머리와 어깨를 짓이기며 세운 무거운 쇠기둥일 것이다. 이 영화는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을 코메디로 다룬다. 영화는 100% 아이폰으로 촬영되었지만, 영화의 서사구조는 아주 전통적인 셰익스피어식 희극이다. 주인공 신디는 단돈 몇 달러를 위해 길에서 마주친 남자의 무례한 요구를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비참함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그녀는 친한 친구들만이 관객인 작은 공연에서 영혼을 담아 노래 부르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실제 트렌스젠더이자 LA에서 매춘으로 삶을 이어나간 경험이 있는 비전문배우들을 기용한 이 영화의 리얼리티가 세련된 전통적 문법으로 스크린에 새겨질 때, 관객은 영화의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설득된다. 정신없는 소동이 LA의 어두컴컴한 밤 속으로 섞여 들어가 잠잠해질 때 쯤, 나는 어느새 이들의 편에 서서 함께 앞이 보이지 않는 그 골목을 걸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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