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Budreau: Born to be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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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가 1960년대 초반 약물중독과 폭행사고 등으로 뮤지션으로서의 생명에 심대한 위협을 느끼던 시절을 다룬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명확한 사실에 기반한 전기영화라기 보다는 감독에 의해 주관적으로 해석되어진 뮤지션의 상상도에 가깝다. <레이>보다는 <아임 낫 데어>에 가까운 뮤지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가 약물에 찌들고 폭행사고로 인해 틀니를 끼우고 트럼펫을 불어야 했던 것, 특정 약물의 도움을 받아 마약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 등은 사실로 알려져 있다. 감독은 여기에 살을 붙여 쳇 베이커가 어떻게 바닥을 찍고 다시 본 궤도로 올라가려고 하는지, 그의 입장에서 서술하고자 노력한다. 가상의 영화촬영 장면이 나오고, 가상의 여인이 등장하고,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가상의 대화가 등장한다. 데이비스는 베이커를 억누르고 여인은 그를 보살피며 다시 끌어올린다. 데이비스를 이기기 위해 다시 마약을 손에 댈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깨끗한 정신으로 트럼펫을 불 것인지 고민하는 마지막 장면에 다다르면 감독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베이커의 모습만이 남는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채 실존인물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서사구조의 개연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영화는 그 지점에서 분명히 실패하고 있다. 서사는 툭툭 잘려 나가며 사건은 우연에 의해 연결된다. 관객이 힘겹게 따라갈 수 있는 부분은 베이커의 여리고 아픈 내면 정도다. 이조차 실제와 다를지도 모른다는, 혹은 다를 것이라는 암묵적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영화는 한 인간이 바닥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감성에 기대어 전시한다. 그 모습이 애틋하고 안되어 보였다면, 그리고 에단 호크가 절정의 연기를 통해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면, 남은 것은 쳇 베이커가 남긴 아름다운 노래들이다. 그의 음악은 지나치게 로맨틱하고 소프트하지만, 그만큼 감정적으로 사람을 뒤흔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직접 노래를 부르며 한땀 한땀 쌓아 올리는 쳇 베이커의 트럼펫 소리가 에단 호크의 눈동자와 교차되는 그 지점에서 묘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3/5

2 thoughts on “Robert Budreau: Born to be Blue

  1. 3/5, 저도 동의합니다. ㅎ
    그러나 에단호크만 놓고 보면 5/5에요! 쳇 베이커를 잘 모르는 저같은 관객에게는, 에단호크가 곧 그사람인 것처럼 이입해서 볼 수 있게, 그런 연기를 해줬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늙어주는 배우가 있다는 게, 보는 내내 행복했어요.

    • 역시 보셨군요! ^^ 저도 에단 호크가 감독의 역량을 압도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플롯이고 뭐고 다 씹어먹으면서 혼자 훨훨 날아다니더라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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