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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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은 항상 별 세 개 반짜리 영화를 만든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해내지만, 그의 영화에는 전에 없던 새로움도 없고 깊은 성찰도 없다. 시네필로서 가진 풍부한 레퍼런스를 영화 여기저기에 명석하게 배치하고, B급, 혹은 마이너 문화에 대한 애정을 뒤틀린 유머와 함께 성공적으로 영화 속에 녹여낸다. 그의 모든 영화가 그러했다. <아가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감독 스스로 고백한 바와 같이 지난 몇 년동안 한국에서 꾸준히 LGBT 영화들이 제작되지 않았다면 <아가씨> 역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작이 없었다면 서사구조는 출발할 수 없었을 것이고, 다양한 층위의 문화영역에서 상상되어지고 각색되어지며 발전해온 식민지 시대 조선에 대한 풍부한 자료가 없었다면 배경부터 미장센까지 기댈 언덕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박찬욱의 영화이다. 누가 봐도 그렇다. 박찬욱은 그렇게 다른 레퍼런스에 기대어 자신의 인장을 박아넣는 데에 아주 능숙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는 만화처럼 재미있다. 누가 봐도 그의 필체가 느껴지고, 누가 봐도 그가 짠 스토리같다. 부족한 창의성을 꼼꼼한 디테일로 매워내는 재주도 대단하지만 육중한 메세지 하나 없이 본인의 색깔을 관객에게 완전히 각인시키는 능력 또한 대단하다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쓸데 없이 여배우들 벗기는 악취미도 여전하고.

3/5

2 thoughts on “박찬욱: 아가씨

  1. 만화 같다는 것에 동의해요. 만화가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눈에 딱 들어오고, 훅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흔히 소비하기 쉬운 다른 한국적 영화 (배우 ㅎㅈㅁ씨가 자주 출현하는 뭔가 그런 영화들)와는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칭송 받는 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사실 그런 영화들과 참 비슷하단 생각이 매번 드네요.

    여담이지만 아무튼 박찬욱 영화를 꼭 챙겨보게 되는데 영화마다 꼭 마음에 드는 장면이 하나씩 있드라구요. 박쥐에선 빌딩숲 날아다니며 꺄아아 거리는 장면이라던가, 이 영화에서 벚꽃나무 씬이 그랬네요. 아가씨 제가 잘못 했어요. 결혼하지 마세요 <- 이 장면이 왜 그리 좋았던지..

    • 박찬욱은 하나의 좋은 씬을 만들어내는 재주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매 영화마다 꽤 괜찮은 느낌의 씬, 혹은 컷이 존재하죠. 그건 아마도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그가 만화를 많이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요. 다른 장르의 컨텐츠를 영화 안에 능수능란하게 섞어내는 것이 그의 재능 중 하나고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수준의 깊이는 절대 갖지 못할 사람이기에 팬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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