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 디아즈: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Junot_wao_cover                             (한국어판 표지의 띠지가 너무 구려서 어쩔 수 없이 미국판 표지를 사용함)

이 장편소설을 읽기 전에 주노 디아즈의 단편집 <This is How to Lose Her>를 먼저 읽었다.  당시 크리스 리, 줌파 라히리 등을 읽으며 한참 디아스포라 문학에 빠져 있었고, 주노 디아즈의 이 단편집을 읽은 후 미국 내 소수인종 문제에 대한 관심을 문학의 범주 밖까지 확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작품의 독후감은 이곳에 있다) 하지만 당시 이 단편집에 대해 “생각보다 별로”라고 평한 사람들이 꽤 많아서 놀랐던 기억도 난다. 아마도 그의 전작이자 그를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과 비교해 실망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까지 3년 반이 걸렸네. 결론부터 말하면 나도 동의한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대단히 놀라운 작품이다.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펄떡거리는 생명력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컨텍스트를 소설 속 문장 곳곳에 깊숙히 심어 놓아 소설 밖에서 또다른 현상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담대한 메타-문학적 시도까지 당시 사람들이 왜 디아즈에 열광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소설은 오스카라는 뚱뚱한 덕후와 그의 가족에 대한 대서사시다. 도미니카의 독재자 트루히요로부터 비롯된 저주, 즉 “푸쿠”에 사로잡힌 오스카 가족 3대에 대한 이야기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이 어떻게 운명에 좌절하고 운명에 맞설 수 있는지를 (아마도) 가장 독창적으로 드러내는 전에 없던 서사다.  <백년의 고독>과 같은 라틴 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현대적으로 계승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지독할 정도로 깊숙히 현실을 파고든다. 도미니카의 아픈 현대사를 놀랍도록 멍청하고 현명하며 미치도록 절망적이지만 한없이 긍정적인 오스카라는 인물에 투영하는 방식이 매우 창의적이며 치밀하다. 디아즈는 오스카뿐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을 치밀하게 설계할 뿐 아니라 그 인물들의 행동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사구조는 전형적으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황당하지도 않다. 매 페이지마다 흘러넘치는 유머감각은 그 자체로 유쾌하지만 비극적 서사를 달래주는 윤활유처럼 사용된다는 느낌도 받는다. 디아즈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서브컬쳐에 대한 애정은 결국 소설 밖에서 추가적인 담론을 생산할 정도의 파급력을 불러 일으켰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에 검정치마의 음악이 사용되었을 때 우리가 느꼈던 작은 떨림을 기억한다. 디아즈가 이 작품에서 사용하는 광범위한 서브 컬처의 요소들은 현대 디아스포라 문학을 다른 차원으로 올려놓으려는 그의 담대한 시도를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스릴을 느끼게 한다. 결국 디아즈는 그가 창조한 인물들을 가장 그다운 세계에서 가장 그다운 방식으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있다. 그 모든 과정이 독자에게 매우 설득력있게 전달된다면, 이 소설에 대해 불평할 다른 무엇이 남아있을까?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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