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밴: 자살의 전설

자살의-전설
이 책은 ‘자살’과 ‘알라스카’,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중편소설을 모은 선집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분절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주제의식을 미묘하게 변주하며 마치 제이디 스미스 류의 정신분열적인(..) 장편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알라스카에 거주한 작가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모티브를 따오기도 하고, 그 기억을 정반대로 뒤집어엎기도 하며, 기억을 일부러 희미하게 흩뿌려 놓기도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알라스카에서 살았으며, 부모가 이혼한 뒤 캘리포니아로 이주했으나 방학 때마다 아버지가 거주한 알라스카로 돌아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에게 알라스카에서 함께 살 것을 권유했으나 작가는 거절했고, 이후 아버지는 자살했다. 이 선집은 작가의 죄책감과 기억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자살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담담히 기술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권유를 거절하지 않고 만약 함께 살게 되었더라면, 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하기도 하며, 아버지와 함께 했던 기억을 일부러 왜곡시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덕분에 이 선집에 포함된 중,단편은 모두 허구이지만 한편으로 회고록이기도 한, 독특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창조되는 회고록이라는 형식은 작가의 기억이 몹시 고통스러운 현실이라는 점에서 심정적인 동의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만듦과 동시에, 그 다양한 변주 속에서 현실을 극복하면서 승화되는 지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코맥 맥카시를 연상시키는 건조한 문체 또한 쉽게 납득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이 선집은 그 자체로 한 인간의 절망스러운 기억에 대한 담담한 회고록이자, 그가 기억 너머로 나아가고자 발버둥치는 지금 현재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것이 문학이라는 형태로 발현되었기 때문에 더 놀라운 것이며, 그러한 뒷배경 속에서 타당성을 획득하는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 역시 매력적으로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이 더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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