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McCarthy: Spotlight

2B89064B00000578-0-image-a-25_1440115471750
[Spotlight]은 탐 맥카시의 필모그래피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영화이고,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으로 기록될 영화이며, 더 나아가 그의 영화에서 켜켜이 쌓아 올려진 맥카시의 사회윤리적 시선이 얼마나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재평가받게 할 영화이다. 그의 톤은 [Win Win] – [Visitor] – [Spotlight]을 거치며 조금씩 건조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사회’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거나 ‘소통’의 불일치성에 좌절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그는 주어진 환경 자체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그 환경 안에서 인간 개인이 할 수 있는 필사적인 노력을 추적할 뿐이다. 그의 과거작들과 [Spotlight]이 갖는 작은 차이점이 하나 있다. 그의 지난 영화들이 인간 개인의 과오로 인해 발생한 결과물을 납득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제한적인 극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Spotlight]은 인간 개인이 차마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환경에 대해 조금 더 완전한 방식의 승리를 거두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작이 오히려 더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영화는 2001년 보스턴 글로브의 심층취재 특별팀인 ‘Spotlight’이 가톨릭 보스턴 교구에서 발생한 사제의 아동 성추문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을 다룬다. 로비를 중심으로 한 네 명의 팀원은 아이리쉬 미국인이 주류인 보스턴 사회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톨릭 교구와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기자들은 끊임없이 협박과 회유를 당한다. 단순히 타자로 존재하는 거대권력과 싸우는 거라면 오히려 속이 편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환경은 그리 간단치 않다. 보스턴 토박이인 팀장은 교구와 긴밀히 연결된 지인들과 불화해야 한다. 외부에서 영입되어 이 사건에 대한 취재를 지시한 신임국장은 유태인이자 철저한 ‘외부인’으로, 그 지시의 정당성을 의심받는다. 라이벌 회사인 보스턴 헤럴드에서 이 사건을 먼저 기사화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법원마저 교회의 영향력 아래 있는지 공개가 되어야 할 소송관련 자료들이 사라져버린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지금 당장 이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지금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회적 책임감 뿐이다. 실화를 다루고 있고 영화적인 장치를 최대한 배제한 채 그들의 행적을 가만히 따르는 것에 충실하고 있지만, 그 과정을 목도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울림을 준다. 911 사태가 터지고 모든 취재가 잠정중단되었을 무렵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도 당장 기사화할 수 없다는 팀장의 지시에 울분을 터뜨린 마이클의 표정, 결혼도 하지 못한 채 학대당한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 가라비디안이 마이클에게 “do your work”라고 할 때의 결연함,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일요일에 회사 앞에서 만난 마이클과 로비가 나누는 사소한 미소, 기사를 읽던 사샤의 할머니가 물 좀 달라고 할 때의 손떨림 등, 인상적인 장면이 굉장히 많다. 영화는 좋은 각본과 성실한 연기에 의해 감독의 의도를 완전하게 체현한다.

우리는 이미 영화의 결론을 잘 알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는 이후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다루었고, 전 세계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교황은 반복적으로 해당 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했다. 많은 사제들이 파문당했다. 언론은 때론 또 하나의 거대 권력이 되어 누군가를 탄압하는 주체가 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사회적 사명감을 잃지 않을 때, 거대 권력의 폭거를 제어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이고, 시민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과 현실이 이상과 다름을 인정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보스턴 글로브의 신임 편집국장과 부국장, 스팟라잇 팀장과 팀원은 언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냈다. 탐 맥카시는 그 과정을 더 많은 이들이 알 수 있게 영화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잘 포장했다. 선한 마음이 선한 마음을 만났을 때, 세상은 조금 더 선해질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그러한 판타지에 대한 작은 실험장치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주 엄격한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했다. 증조부는 구미 지역에 최초로 성당을 건립하는데 크게 일조한 분이고, 아버지의 형제 자매 중 세 분이 성직자이며,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복사 생활을 하고 예비신학생으로 신학교를 들락날락거렸다. ‘사제의 사생활’은 대부분의 가톨릭 신자에게조차 금지된 영역으로 터부시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은밀한 부분까지 엿볼 수 있었던 셈이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통계적으로 약 6%의 사제들이 성(性)적인 부분에서 잘못을 저지를 확률이 있다. 나의 큰아버지는 부디 그런 분이 아니었길 바라지만, 내가 가까이 지냈던 수많은 사제들 중 그 누군가는 온당치 못한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서 기자들은 독자의 53%를 차지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은 취재에 도움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협박을 하기도 한다. 일종의 진영논리가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씬은 기자들의 기대보다 훨씬 큰 독자의 반응을 보여준다. 이건 가톨릭 신자들이 가진 독특한 중립성때문이기도 한데(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은 후보 지지율 뿐만 아니라 낙태나 동성애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정확히 50-50으로 스플릿되어 있었다. 낙태와 동성애에 대해 가톨릭이 공식적으로 지니고 있는 완고한 입장에 비추어보면 놀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기자들의 소명의식과 그 진실을 왜곡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성적인 시민이 조응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보는 일은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수많은 부러움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 역시, 한국 가톨릭 사회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들을 맹렬히 비난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며, 중요한 것은 올바른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지금 내가 속한 사회가 나에게 주는 혜택이며, 중요하지 않은 것은 내가 속한 사회에 익숙해진 나의 안락함이다. 안락함을 포기한 채 고단한 일상을 감수하는 기자들이 그토록 찾고 싶어했던 단 하나의 가치를 영화는 선명하게 드러낸다. 모두가 한번쯤 보고 음미해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