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백: 너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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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첫번째 달이 끝나기도 전에, 영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2016년 끝자락 즈음 다시 기억하게 될 ‘올해의 음반’이 벌써 두 장이나 나왔다. 백현진이 작사,작곡하고 방준석이 프로듀싱하였으며 김오키, 림지혁, 고상지같은 명망있는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참여한 프로젝트 듀오 방백의 첫번째 앨범 <너의 손>을 몇 번 반복해서 듣다보면,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백현진의 세계가 한껏 확장되었음을 알게 되고, 그 넓혀진 세계가 방준석의 품으로 들어왔음을 느끼게 된다. 백현진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여전히 발군이지만 조금 더 명확하게 이야기의 그림이 그려진다. 그의 팔세토 창법 역시 여전하지만, 팝적인 멜로디와 한껏 풍성하게 살려낸 편곡, 그리고 그 안에 살아숨쉬는 훅 등의 다른 요소들에 ‘얹혀져’ 청자를 편안하게 이끈다. 조금 더 분명하게 말하면, 이 앨범은 백현진의 목소리의 힘만으로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끄는 그런 일인극은 아닌 셈이다. 풍성한 지원군이 그의 목소리를 감싸고 있고, 그가 내뱉는 단어들은 조금 덜 현학적이 되었다. 그리고 음악은 조금 더 부드럽고 아름다워졌다. 물론, 백현진의 스토리텔링 기법과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깔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결과물은 영화 <경주>에 삽입된 “사랑”에서의 협업에서 약간은 짐작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네이버뮤직에 따르면, 백현진과 방준석 이 둘은 팝에 기반을 둔 송라이팅을 그대로 살리고 그것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지켜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작업방식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느끼게 되는 가장 큰 부분은 ‘음악의 시각화’에서 오는 것 같다. 두 아티스트 모두 영화작업에 깊이 관여해온 사람들이다. 포티스헤드(Portishead)가 음울한 음악(혹은 음향) 조각들을 하나 둘 이어붙여 하나의 명료한 이미지로 형상화시키듯, 방백의 음악도 각각의 곡마다 명료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존재하고, 그 안에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존재한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백현진의 힘 덕분이기도 하고, 이를 거부감없이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낸 프로듀서 방준석의 힘 덕분이기도 하다. 한국 대중음악계에 전무후무하게 존재하는 한 보컬리스트의 가장 매끄러운 면을 찾아낸 이 음반은, 사실 거의 모든 곡이 균일한 감성을 전달하면서도 각각의 존재감을 설득력있게 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음반으로서 가지는 완결성 측면에서도 분명히 그 가치를 평가받을만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좋은 음반이다. 어쩌면 한국의 Antony and the Johnsons라고 할 수도 있을, 그런 음반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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