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dley Scott: Mar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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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을 이제서야 봤다. 자막 없이 아이튠즈에서 충동적으로 빌려서 본거라 공학적인 설명이 나오는 부분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아마 자막이 있었다 해도 완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 우주인-이자 식물학자-이 화성에 고립되고, 감자를 키워 먹고, 지구와 연결되어 구조되기까지의 큰 흐름을 따라가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는 놀랍도록 긍정적이고, 단순하고 명쾌하며, 명석하고 창의적이다. 우주에서의 생존에 최적화된 DNA를 가지고 있고 well-educated되어 있다. 그를 구조하기 위해 애쓰는 NASA의 사람들 역시, 각자의 역할에 최적화된 성격을 ‘타고 났다’. NASA의 총책임자는 냉정한 판단능력과 부하직원들에게서 최대의 성과를 뽑아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지고 있다. 화성 프로젝트 총책임자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추진력과 부하직원을 생각하는 끔찍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Hermes호의 선장은 한 명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다섯명의 생명을 걸 줄 아는 용기와 생애 처음으로 대면하는 급박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 그리고 가장 위험한 순간을 자신의 몫으로 돌리는 희생정신까지 가지고 있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unexpected event’역시 영화-와 원작 소설-의 원만한 흐름을 위해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해결책이 튀어나와 ‘debug’한다. 그렇다. 이 영화-와 원작 소설-은 problem solving에 관한 이야기이고, bug-debug의 반복 속에서 에러를 제거해 가는 ‘공대생’들의 이야기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건물 어딘가의 불을 밝히며 문제를 푸는 일에 푹 빠져 있는 전세계의 엔지니어링-너드들의 일상을 ‘우주 속 미아’라는 극적인 환경으로 살짝 메이크업했을 뿐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과학자의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다. 이 영화는 적절한 소스들을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뽑아내는, 그 자체로 하나의 프로그래밍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일반적인 헐리우드 무비 엔딩으로 치닫는 영화의 후반부에 오히려 맥이 탁 풀려버리는 감이 있다. 전세계가 응원하며 구조되는 과정은 의외로 감동이 덜하다. 힘이 빠져 있다. 전혀 창의적이지 않다. 스페이스로 나오니 오히려 시시하다. 반대로 화성에서 혼자 생존하는 이야기나 지구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에선 생생함이 느껴진다.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되자 머뭇거린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그 자체로 ‘공대생’의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게 봤다. 감정적으로는 전혀 동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울컥했던 순간은 데이빗 보위의 스타맨이 나오던 장면 뿐이었다.

2 thoughts on “Ridley Scott: Martian

  1. 공대생이 주변에 많지 않았어서 잘 몰랐는데, 호오 그렇군요. 저도 줄곧 팝콘 놓고 즐기는 오락영화처럼 긴장감 없이 편안하게 즐기다가 데이빗 보위 스타맨에서 울컥 + 감동 했어요. 보위느님, 지금쯤 우주에서 신나게 놀고 있기를.

    • 공대생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이공계 출신이 쓴 원작소설에서 이미 본질적(?) 공대생의 기운이 느껴져서 나쁘지 않았어요. 뼛속까지 이공계스러운 영화랄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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