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몽각: 윤미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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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의 첫번째 문단을 읽는 순간부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고, 책장을 넘기는 중간중간 코가 시큰거리는 것을 참아야 했으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기 전에는 이미 울고 있었다. 각 사진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책의 맨 뒷편으로 숨겨 버리고 아무말 없이 그저 가족들의 모습만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의 모든 페이지가 참 벅차게 다가왔다. 책을 덮은 다음에는 감사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윤미를, 당신의 가족을 이토록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주어서 감사하고, 그것을 기록해주어서 감사하고, 또 소수만이 접할 수 있었던 기적적인 결과물을 복간해준 것도 감사하다.

사진이란게 참 그렇다. 예술의 한 장르이기 때문에 그쪽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예술적 가치를 담보하고자 하는 욕망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보도 혹은 기록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쪽에서 오는 본질적인 가치들도 무시할 수 없다.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로서 기능한다. 하지만 나는 사진이 갖는 가장 큰 미덕, 혹은 아름다움은 ‘기억’과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진가는 프레임 안에서 무언가를 바라보며, 셔터를 누름으로써 그 순간의 시선을 영원히 기억하려고 한다. 누구나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댈 수 있고, 누구나 셔터를 누를 수 있다. 요즘처럼 거의 대부분이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시대에서는 그들 각자가 사진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을 바라볼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진은 다른 사진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올라설 수 있다. <윤미네 집>은 참 아름답다. 단순히 저자가 사진을 잘 찍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딸을, 아내를,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필사적으로 기억하려고 하는 욕망이 사진 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저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잘 팔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피사체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아마도, 사진 속에서 가족들을 기억함으로써, 언젠가 영원히 헤어지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가족들을 잊어버리지, 혹은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개개인이 그 사진들을 봄으로써 현실이 된다. 우리가 사진 속에서 윤미의 성장하는 모습에 웃고 울면서, 작가의 아내가 늙어가는 모습에 따스함과 서늘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를 기억하고, 그가 남긴 사진들에 감정을 불어넣음으로써 작가와 그의 가족을 기억한다. 나는 이런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족의 역사를 공유하게 되어 영광스럽다. 기적에 동참하게 되어 감사하다. 책을 읽으면서 울어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2 thoughts on “전몽각: 윤미네 집

  1. 아.. 저도 페이지 넘기면서 엉엉 울던 기억이 나네요^^; 피사체를 얼마나 아끼는 지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죠. 휴대폰으로 깨알같이 찍어서 모든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요즘도 뭐 좋지만, 가끔씩은 그게 단순히 기록에 그치는 것 같아서.. 찍었던 사진 한장 한장을 기억하던 필름 카메라 시절이 그립기도 해요. 이 책은 오랜만에 다시 펼쳐봐야겠네요:)

    • 그쵸, 뭔가 읽는 이를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죠?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을,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시선으로 찍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것도 참 큰 행운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가족이 소중한건가 싶기도 하구요.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계속 볼 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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