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ir: Ratch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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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mir의 목소리를 처음 들으면 이 분이 남자인가, 여자인가, 헷갈린다. (심지어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본 뒤에야 이 분의 성별을 알 수 있었다!) 그레이스 존스나 안토니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그의 중성적인 목소리톤과 팔세토 창법이 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긴 하지만, 그의 데뷔앨범 <Ratchet>은 그것 이외에도 할 이야기가 꽤 많은, 생동감 넘치는, 풍성한 사운드의 하우스-디스코-힙합-소울 음반이다. 90년대로부터 많은 유산을 받은 듯한 사운드 위에 샤미르는 자전적인 이야기들로 가사를 채우고 있다. 남들과 다른, 그래서 고독할 수밖에 없는 그의 인생에서 주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 이 음반이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선언을 하는 그의 목소리에는(“Don’t try me, I’m not a free sample”)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최면과 응원, 그리고 앞으로의 그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희망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옅게 흔들리는 높은 톤의 목소리는 근래에 보기 드문 꽉 잡힌 베이스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안정감을 준다. 최근 들은 전자-관련 음악들중 가장 확실한 베이스 사운드를 자랑하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그는 아직 완성된 자아가 아니기에 파르르 떨릴 때도 있고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겠지만, 그 안에는 굵은 심지를 가진 의지와 용기가 있어서 이렇게 세상을 놀래키는 좋은 데뷔앨범을 만들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음악의 형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멜로디라인의 훅도 만만치 않고, 다양한 장르를 한 곡에 버무리는 능력도 예사롭지 않다. 가을 이후 자주 들었던 좋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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