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 Holter: Have you in my Wilderness

Julia_Holter
Julia Holter의 전작 <Loud City Song>을 분명히 구입했고 열심히 들었던 기억도 나는데 정작 블로그에는 이 음반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아카이빙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며 신작 <Have you in my Wilderness>에 대한 감상 기록만큼은 꼭 남겨두리라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인디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이 음반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글을 적어내지 못하고 있었음을 다시 한번 반성한다.

전작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은 ‘크고 단단하다’, ‘어둡다’, ‘어렵다’ 등의 단어로 기억된다. “Bjork이 미국에서 태어나 제도권 음악교육을 받았다면?”이라는 다소 황당하고 어리석은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줄리아 홀터는 그에 대한 현답으로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뷰욕의 음악이 그러하듯, 홀터의 음악 또한 감상의 과정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음악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의 문턱이 결코 낮지 않을뿐더러, 탄탄하고도 치밀하게 설계된 세계는 실로 빈틈을 찾을 수가 없어서, “그래 항복, 너 정말 너무 잘한다”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열광적인 지지층과 다수의 무관심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그녀의 음악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다음 숙제는 아마도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느냐, 였을 것이고, 이것은 그녀의 음악이 보편성(universality)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획득할 수 있을 것이냐,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해보였다.

<Have you in my Wilderness>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조금 더 열렸으며 조금 더 보편적인 감성을 노래하는 뮤지션, 하지만 여전히 현재 인디씬에서 가장 독특한, 다른 레퍼런스를 필요로 하지 않고 홀로 존재할 수 있는  뮤지션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음반이 될 것이다. 그녀의 음악은 하나의 장르로 정의내릴 수 없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이것을 “art pop”, 혹은 “baroque pop”이라고 표현하고, 올뮤직은 “아방가르드”한 “일렉트로닉” 음악이라고 표현한다. 고전적인 분류에 따르면 인디 일렉트로닉과 엠비언트, 챔버팝과 아방가르드 록 사이 어딘가를 가로지르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표현하든 그것은 이미 현현하는 하나의 실체를 묘사하기 위해 미디어가 고심 끝에 기존에 존재하는 언어를 이용해 짜낸 근사치에 불과하다. 홀터의 음악은 <Have you in my Wilderness>로 인해 비로소 홀터 그 자신에 의해서만 성립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누군가의 음악을 “홀터같다”라고 표현할수는 있겠지만, 홀터의 음악을 다른 뮤지션의 이름을 빌어 묘사하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사실 그녀의 음악은 사운드메이킹만큼이나 가사 측면에서도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도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녀 개인의 이야기를 에둘러 말하지 않는 정직한 수필과 같은 느낌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청자의 감정을 뒤흔드는 어떤 문학적 성취까지 이루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비슷한 종류의 느낌을 수프얀 스티븐스의 앨범에서 받았다) 나의 이러한 느낌은 거의 모든 노래가 일정한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 기인한다. 버스-코러스-버스-코러스로 이어지는 구조가 마무리된 후 노래를 종결짓는 아웃트로가 결론을 담담하게 찍고 넘어가는 식이다. 예컨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See Calls me Home”은 룰도 동반자도 필요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은 화자에게 바다라는 거대한 존재가 집(집으로 돌아오라는건지 집 자체라고 명명하는건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불렀을때 그는 “나 수영 못해. 너무 명확해. 진짜야!” 라고 호탕하게 받아친다. 그러면서 아웃트로에서 “해변가에서 작은 소리를 들었어/정해진 패턴은 없네”라는 인장을 찍는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명쾌하고, 굵직하면서도 무겁지 않다.

이 음반은 지난 한해 가장 많이 들었던 음반 중 하나였고,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음반중 하나였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그 좋았다는 내한공연에는 갈 수 없었다. 하지만 홀터의 공연은 앞으로 계속 볼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성취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정도의 내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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