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ke Doremus: Like Cra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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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감정에 대한 영화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어떤 선택으로 인해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장기간 떨어져 있게 되고, 그래서 소원해지고,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시 연락이 닿아 만나고, 거리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또다시 멀어지고, 그렇게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났다가, 거리를 극복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실로 ‘묘사’에 충실하다. 별다른 해석도 설명도 없이, 그저 이 두 사람의 흔들리는 감정선을 흔들리는 카메라에 담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극단적으로 축약해서 보여주는 영화 초반의 몇개의 씬들과 결국 몸을 가까이에 두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극복할 수 없는 마음의 거리를 확인하게 되는 영화의 마지막씬이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그래서 정당해보인다. 이 두 사람이 잠시 외도 아닌 외도를 하게 되는 상대들이 지나치게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도, 그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일차원적으로 그려지는 것도 그래서 이해가 된다. 이 여자와 남자에게는 빈 틈을 채워줄 도구이자 대상이었을 뿐이므로, 그들의 기억속에는 그렇게 남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아름답고, 음악은 더 아름답다. 화면은 흔들리며, 주인공들의 마음은 더 정처없이 흔들린다. 미숙한 젊은이 둘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문제없이 꾸려나간다는 일은 정말 대단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해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정말 아무런 문제없이 잘 처리해나가는 커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부터 보듬어주는지, 어디서부터 살펴 가는지, 누구의 옆에서 어떤 자세로 노력을 하는지의 여부다. 영화속 주인공들처럼 나도 실패했다. 단지 장거리연애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아프게 와닿았던 것만은 아니다. 나는 이들처럼 실패했지만, 이들이 택한 것처럼 영원히 슬픈 재결합을 택하지도 않았다. 우스울 정도로 가벼웠던 자존심때문이었는지, 미숙하고 거칠게 덮어진 상처가 덫나서 몹시 쓰라려서였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실패했고, 그 실패로부터 아직까지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 thoughts on “Drake Doremus: Like Crazy

  1. 마지막 씬이 아직도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영화 중 하나에요. 초반의 둘의 가장 좋았던 시절과 너무 대비되어 공허하게 느껴지는 둘의 표정이 많은 생각을 들게 하더군요.

    • 그쵸. 마지막씬이 참 인상적이예요. 이미 남은 감정은 거의 없어보이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표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표정마저 숨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해진 이들의 마음에 쓰리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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