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edy Ortiz: Foil Deer

v600_SpeedyO_FoilDeerCVR900


데뷔 앨범 <Major Arcana>에서 확인할 수 있는 Speedy Ortiz 사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싱싱함’이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펄떡이는 사운드를 스튜디오로 가져왔고, 그렇게 나흘만에 녹음된 거칠지만 살아있는 사운드는 (raw하다는) 지적보다는 (lively하다는) 칭찬을 더 많이 받으며 이들이 성공적으로 씬에 안착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들의 사운드는 90년대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얼터너티브록부터 2000년대 중반 이후 씬에서 그 세를 더해온 인디팝/록 사운드까지 골고루 섞여 있는, 기타를 기반으로 한 ‘맛있는 잡탕밥 록’에 가깝다. 이 밴드가 가진 장점은 귀가 지루하지 않게 신나는 장르의 음악을 골고루 접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단점 역시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 밴드가 굳이 아니어도 이런 음악은 많이 들을 수 있는데, 각각의 곡들이 하나의 굵은 실로 꿰어지지 않는다면 밴드의 존재의의가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두번째 앨범 <Foil Deer>는 바로 그 중요한 질문,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단서가 무엇인지 확실히 제시하는 힘 있고 단단한 앨범이다. 이 앨범은 한달만에 녹음되었다. 데뷔 앨범 작업기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속전속결, 밴드 특유의 라이브한 에너지를 응집하면서도 데뷔 앨범에서 지적되었던 산만함을 제거하기에는 오히려 더 적절한 길이의 기간인 듯 보인다. 스피디 오티즈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음울하면서도 신나는 분위기의, 90년대의 감성과 2010년대의 감성이 묘하게 뒤섞인 사운드가 다양한 장르를 기반으로 펼쳐진다. 다이노서 주니어부터 빌리 브랙, 스톤템플 파일럿까지 연상되는 육중한 기타 사운드에 보컬 Sadle Dupuls의 여리지만 당찬 목소리가 합쳐져 조금 더 ‘스피티 오티즈다운’ 색깔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살을 더하는 것은 메시지다. Dupuls는 데뷔 앨범을 내고 이 앨범을 녹음하기 전까지 문학(시)을 공부했고, MFA를 받았다. 그녀가 이번 앨범의 가사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사회 속에서의 여성성이다. 이제 밴드는 그냥 단순히 쇳소리나는 기타 사운드에 가녀린 여성 보컬리스트를 ‘끼얹은’ 또 하나의 인디팝/록 밴드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씬에서 가장 강한 페미니스트적인 목소리를 내는 여성주의 밴드로 재탄생했다. 들쭉날쭉했던 장르간 이종교배를 기타팝/록으로 통일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밴드의 색깔을 확고히 하는 메시징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지금까지 들어온 스피디 오티즈의 음악들 중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