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ch House: Depression Cherry

Depression_CherryBeach House가 이번 앨범 <Depression Cherry>의 제작과정에 대해 “인디 시절 감성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악기 수를 최대한 줄였고, 기교도 최대한 자제했다”고 이야기한 인터뷰를 어디선가 읽었다. 그 인터뷰 기사 이후 이 앨범에 대한 기대가 확 올라갔던 것 같다. 전작 <Bloom>은 분명 좋은 앨범이었지만, 오버그라운드 데뷔작 <Teen Dream>의 성공에 의해 지나치게 hype된 나머지 조금은 산만하고 장황하게 진행된 감이 없지 않아 드는 음반이었다. 비치 하우스는 섬세한 음악을 하는 밴드이고, 그래서 더더욱 이렇게 재빠르게 원래의 감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는 소식이 반갑게 들렸다.

<Depression Cherry>는 그러한 밴드의 의도를 십분 반영한, 비치 하우스 원래의 감성과 색깔을 회복한 수작이다. 첫 곡 “Levitation”부터 <Teen Dream> 시절의 감성이 물씬 풍겨져 나온다. 우리가 흔히 ‘소녀 감성’이라고 카테고라이징하는 그 감성의 미국판이라고 생각하는데, “너와 나/ 우리의 금빛 긴머리/ 우리가 함께 느꼈던 그날 밤 이후/ 나는 너와 어디라도 함께 갈 수 있을 것만 같았어/ 너를 꼭 데려가고 싶었던 곳이 있는데/ 기차가 오면 너의 손을 잡고/ 왜냐하면 넌 내 마음을 훔쳐갔으니까/ 하늘로 함께 떠오를거야”같은 가사가 미국 볼티모어 출신의 혼성 듀오의 잔잔한 사운드 위로 펼쳐지면 나도 함께 하늘로 떠오를 것만 같다. 물로 난 딱 1cm 정도만. 무거우니까. 찌들었으니까.이들이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Sparks”같은 곡에서는 이들 고유의 감성을 잘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사운드를 실험하고 있으며, “Days of Candy”는 (아마도) 이 밴드가 더 진화할 수 있다면 그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아주 새로운 느낌의 트랙이다.

드립팝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머리를 산발한 채 자기 신발을 보면서 연주한다고 다 슈게이징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가사를 희미하게 중얼거리며 흐리멍텅하게 관중을 쳐다본다고 드립팝이 되는 것도 아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꿈을 꾸게 만들거나, 최소한 꿈을 꾸고 싶게끔 만드는 음악들이 있다. 우리 삶의 어느 한 순간을 거의 완벽하게 되살려내며 심리적 공감대를 극단적으로 확장시키는 ‘순간의 음악’이 있다. 그냥 몽롱한 사운드 그 자체로 완성되는 드림팝은 없다. 비치 하우스는 연약하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그래서 쉽게 더렵혀질 수 밖에 없는 그 시간을 노래하는 밴드다. 아름다운 사운드와 그 이야기가 어우러져서 비치 하우스를 좋은 드림팝 음악으로 기억하게끔 만든다. 이 앨범이 발매된 직후, 밴드는 놀랍게도 바로 후속작을 발표했다. 한 해에 두개의 신작을 접하게 되다니, 올해는 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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