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날씨

날씨에 민감한 편이다. 잘 몰랐다.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다보니 서서히 알게 되었다. 나는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이다.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맑은 하늘과 강렬한 태양,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사한 노을,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쌓이는 눈보라같은 것들에 둘러싸여 살다보니 나의 하루는 날씨에 의해 좌지우지될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한국으로 돌아올 때 날씨와 관련해 각오했던 것은 크게 두가지였다. 봄의 황사, 여름의 습도. 나머지는 참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1년이 지나고, 나의 예상은 틀렸다. 지낼만한 것이 아니라 꽤 괜찮은 1년이었다. 숨쉬기도 버거운 여름의 한철만 잘 이겨내면 딱히 불만을 가졌던 적이 없었다. 특히, 2014년의 여름은 참을만했다. 혹은, 참을만 했다, 라고 스스로에게 왜곡된 정보를 심어 놓은건지도 모르겠다. 무더위가 지속되던 날들 속에서도 일주일에 한번, 혹은 열흘에 한번 정도는 청명하게 맑은 하늘을 구경할 수 있었고, 그정도면 괜찮은 여름이라고 생각했다. 긴팔 셔츠를 입고 다니기에는 버거운 날들도 많았지만, 무더운 여름은 인간이 기꺼이 견뎌야 하는 자연의 순환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9월부터는 지낼만 했다. 그 매섭다는 여의도의 칼바람도, 예년에 비해 별로 내리지 않는다는 눈과 함께 귓전으로 스쳐 지나갔다. 가을 이후 거칠게 불기 시작하는 바람이 나에게는 호재였다. 바람이 불어야 공기가 순환이 된다. 공기가 이리저리 뒤섞여야 쌓이지 않고 새것이 옛것을 자연스럽게 밀어낼 수 있다. 그 바람은 봄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황사나 미세먼지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만 목이 칼칼해질 정도로 괴롭혔다. 비가 내린 다음날 청명한 날씨를 가끔 구경할수도 있었다. ‘그곳’이었다면 매일 경험했을 쨍한 맑은 날씨를 ‘이곳’에서는 가끔 맛만 보는 정도였지만, 그조차도 좋다고 생각했다. 서울의 날씨는 생각보다, 나의 기억보다 훨씬 괜찮았다. 서울의 1년은 지낼만 했다.

전세계적으로 이름난 휴양지가 아닌 이상에야, 1년중 한 계절 정도는 괴로울 수 있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볼더는 겨울이 혹독하다. 10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5월까지 눈이 내린다. 한겨울에는 오후 네시에 해가 지고, 눈이 많이 내리면 도시로 들어오는 유일한 도로가 수시로 폐쇄된다. 서울은 여름이 힘들다. 기온이 낮지 않은데 습도까지 무척 높은 편이어서 야외활동이 불편할 정도다. 아마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그 어디를 가든, 힘들다, 싶은 날씨는 존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날씨를 어떻게 받아들이냐, 일 것이다. 그 날씨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느냐, 일 것이다.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고 눈이 발목 넘어까지 쌓여도, 그 안에서 긍정적이고 즐거운 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스바루나 아우디 콰트로를 살 수 있는 좋은 핑계가 생기는 셈이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파우더를 가진 스키장이 주변에 있는 행운을 누릴수도 있다. 날씨가 습하고 덥다고 해도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한 죽지 않는다. 불쾌지수가 머리끝까지 올라가도, 마음이 여유로우면, 즐거운 생각을 하면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나는 한국의 여름이 싫지 않다. 다만, 한국의 여름을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슬플 뿐이다.

One thought on “지난 1년: 날씨

  1. 저는 여름은 선풍기 하나만 있음 지낼만한데 겨울이 꽤 힘들더군요. 빌딩들 사이로 몰아치는 칼바람을 맞이하면…으! 러시아나 캐나다, 미국같은 나라들을 보면서, 그래도 여기 추위는 견딜만한 것이야! 하면서 살고 있지만요.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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