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ie XX: In Colour

Jamiexx-InColour
공간을 예쁘게 채우는 일은 쉽지만 그 공간을 비워내는 일은 어렵다. 물건을 사는 것은 쉽지만 버리는 것은 어렵다. 음식을 먹는 것은 쉽지만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공간을 비우고, 물건을 버리고,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창조’되는 emptiness의 가치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The XX의 지난 두 장의 앨범은 나에게 채우는 것보다 채우지 않는 것, 들려주는 것보다 들려주지 않는 것,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잠시 멈추어 서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주었다. The XX가 위대한 이유는 단지 현대예술의 한 분파로서 존재하는 미니멀리즘을 음악적으로 예쁘게 구현해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비워지는 공간 안에서 오롯이 그들만의 리듬과 호흡, 색깔과 정체성을 높은 차원에서 이룩해냈기 때문에 그 어린 나이에 작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앨범들의 프로듀서이자 The XX의 멤버인 Jamie Smith, 혹은 Jamie XX가 5년이 넘는 작업 끝에 솔로앨범을 발표했다. The XX의 멤버가 만드는 본격 전자음악, 이라는 타이틀이 불러 일으키는 호기심은 상당했다. 호기심은 높은 기대로 이어지고, 그 기대는 ‘이들이니까 끝내주는 것을 만들어낼거야’라는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발전했다. 다 내 마음속에서 혼자 키운 망상이다.

결론부터 말해, <In Colour>는 아주 많이 새로운 앨범은 아니다. 우선 “Gosh”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이미 The XX라는 이름은 나같은 평범한 청자로 하여금 “The XX스러운 전자음악”을 기대하게 했을텐데, 앨범은 첫 곡부터 이러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이 앨범은 완전히 비워지지 않았고, 앨범 전체가 정교하게 직조되어 있지도 않으며, 에너지가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 앨범은 다양한 층위가 각각의 오리지널리티를 뽐내며 존재하고 있으며, 각각의 곡은 풍성하고 건강한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 앨범 제목과 커버처럼, 비슷한 듯 하지만 하나로 묶여질 수 없는 고유한 색깔들의 다발을 보는 느낌이다. 그렇다. 이 앨범은 The XX의 다른 어떤 앨범보다 시각적이다. Jamie XX는 그의 첫번째 솔로앨범에서, 전자음악이라는 장르 자체를 그만의 호흡으로 해석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정 하위장르에 매몰되지 않고, 특정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전자음악이라는 커다란 플랫폼 자체를 포괄하는 어떤 사운드의 모집단을 구성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어떤 시대에 의해서도 구속받지 않는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다”는 Jamie XX의 말처럼, 앨범에 등장하는 샘플들은 1971년의 영국 드라마부터 디트로이트에서 멤버들이 직접 구입한 로컬 음반에 등장하는 목소리까지 다양한 시대와 공간을 대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Romy의 침착하고 단정한 보컬과 미국 래퍼인 Young Thug, 자메이카 뮤지션 Popcaan의 걸죽한 목소리는 사뭇 거리가 멀어보인다. “Gosh”와 “SeeSaw”, “I Know There’s Gonna Be(Good Times)”는 분명히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트랙들이지만, Jamie XX는 다른 음악적 뿌리를 가진 이 결과물들을 굳이 화학적으로 혼합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것은 그것대로, 이것은 이것대로 그저 존재하게끔 내버려둘 뿐이다. 나는 이것이 The XX 멤버들의 또다른 진화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개인적으로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라고 생각하는 “Obvs”는 아주 단순한 사운드메이킹만으로도 음악의 진수를 발견하고 성취해내고야 마는 Jamie XX의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좋은 곡과 좋지 않은 곡, 이들’다운’ 곡과 그렇지 못한 곡이 뒤섞여 있는 이 앨범은 기존의 팬들에겐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의 장르 전체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담대한 방식으로 포섭하고 싶어하는 1988년생 아티스트의 야심에는 분명히 흥미로운 지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난 그의 그런 시도를 응원하고 싶다. 수프얀 스티븐스, 파더 존 미스티, 켄드릭 라마,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 코트니 바넷, 뷰욕 등의 앨범과 함께 올해 상반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음반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4 thoughts on “Jamie XX: In Colour

  1. in color에 대해 한번 언급하셨었지 않았나요? 아님, 제가 pictchfork 들어 갔다 best album에서 제나름 건져서 한 달 이상 실컷 들었던 터라 마치 종혁님이 리뷰하셨던 거라 착각했나 봅니다.
    the xx도 종혁님 덕에 알구서 와~와~ 하며 들었는데, 얘네들(표현이 좀..)은 뭔가 간지가 확 나는, 베이스가 다른 느낌이예요. 저는 그냥 뭉뚱그려 귀에 듣기 좋고 마음에 와 닿으면 좋다! 하면서 좀 지겨워질 정도로 듣습니다. 환경 탓이기도 하구요, 무슨 음악이든 플레이해야 하는.
    근간에 how to dress well 도 지겹게 리플레이해서 뭐 다른 게 필요해 간만에 곤충들 들어갔죠.
    인디팝 검색하다 true love에서 딱 멈춰서 그 뮤지션의 전곡을 듣고 있었는데요, 종혁님블로그 와 보니 마침 jamie xx에 토비아스 제소 쥬니어를 언급하셔서 놀랐지 뭡니까? 거기에 파더 존 미스티는 제가 종혁님 블로그를 처음 접하게 된 이유였구,,,,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어 글 남겨 봅니다. 음악 듣는 성향이 쪼금 비슷하가 봐요~ 종일 손님 없지, 점심 건너 뛰었지, 비오지. 살짝 우울한데, 잠깐 엔돌핀 받고 가요. 이사 축하드리구, 선물드릴 만한 앨범이 뭘까 궁리 중입니다. 듣고 싶은 게 있으면 알려 주셔도 되요. 제가 빚두 있구, 마침 이사하셨다니 선물로 괜찮을 거 같아요~
    와,, 장황하다.

    •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셨죠? 날씨가 덥고 습한데 건강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음악 공유하고 나누어듣는건 너무 좋은 일이죠. 삶에서 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참된 행복이기도 하구요. 음악 취향이 잘 맞아서 정말 다행이예요. 앞으로 손님이 쪼끔 더 많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조만간 시간 내서 효자동 한번 갈게요.

  2. Hollywood Forever Cemetery Sings 곡을검색하다가 여기까지 들어왔네요.
    글들 잘 읽고 가요
    공감 누르고 싶은데 네이버 블로그가 아니라서 어찌 할줄 몰라 댓글로 인사드리고 갑니다

    • 크 파더 존 미스티를 좋아하시는군요! 반갑습니다!! ㅠ 여기는 공감같은 기능은 없는 심플한 블로그입니다 ㅎㅎ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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