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중요한건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실질임금인상이 경기부양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정작 경기부양을 위해 최저임금인상을 정치권이 일치단결하여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가진 불안함의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정작 중요한 것, 혹은 정작 다급한 것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평균임금이다. 둘째, 최저임금인상이 경기부양 및 평균임금 인상에 미치는 효과, 혹은 영향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즉, 최저임금인상이 과연 이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경기부양책인가, 혹은 가장 적절한 실질임금인상 방안인가에 대해 회의감이 드는 것이다. 일단 그래프부터 보자. 모든 자료는 OECD 홈페이지에서 받은 공식자료들이다. 모든 단위는 $US(PPP)로 통일했다.

먼저, 2000년 이후 한국의 최저임금은 주변국들에 비해 큰폭으로 상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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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변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가격 등 명목변수값의 변화로 인한 착시현상(illusion)을 잡아낸 결과값이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한국은 같은 노동집약적 국가인 터키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최저임금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결국 구매력 환산 실질변수값으로 볼때 일본과 비슷한 수준, 그리고 미국, 영국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까지 실질 최저임금을 상승시켰다. 이는 IMF 이후 정권을 잡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 중 하나이며, 이 최저임금 상승률은 항상 물가상승률, 혹은 평균임금상승률을 앞질러 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최저임금상승률이 큰 폭으로 꺾이지 않은 것은 이러한 ‘추세’가 이미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 평균 임금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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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질 평균임금은 2000년 3만달러 부근에서 2013년 현재 3만5천달러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영국이나 미국, 호주 등 선진국과의 격차가 아직도 극심한 편이며, 그 상승률 또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3년동안 평균임금이 약 5천달러 상승하는 동안 최저임금은 약 6천달러 상승했다. 상승률로만 따지면 평균임금은 약 16.7%, 최저임금은 약 75% 상승한 셈이다. 대부분의 “full time” 노동자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음을 생각하면, 지난 십년동안 대부분의 노동자가 “왜 우린 점점 가난해질까”라고 느끼는 원인의 본질은 최저임금이 아닌 평균임금쪽에 있음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위의 두 그래프를 합쳐서 실질 평균임금 대비 실질 최저임금 비율을 구하면 다음의 그래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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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변수로 환산한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에서 한국은 지난 13년간 비약적인 상승세를 이뤘다. 같은 노동집약적 국가인 멕시코의 경우 최저임금을 방어해내지 못하며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일본의 비율까지 추월하며 최저임금에 있어서는 그 어떤 나라보다 더 강한 보호정책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가진 자원이 노동력밖에 없는 나라다. 그리고 땅덩어리는 좁다. 결국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다수의 노동자가 극심한 경쟁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권력이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아무런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비숙련 노동자(low-skilled labor)의 삶의 질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 상승률을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2000년 이후 들어선 지난 세 정부는 그것을 무난하게 완수해 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이 과연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게 존재하고 있는가? 지금까지도 이미 충분히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범위 내에서 인상되어져 왔다. 결국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닌, 평균임금쪽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왜냐하면 실질 변수로 환산한 평균임금의 상승률은 실질 GDP 상승률보다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단위 노동자당 비용과 단위 노동자당 생산성이 있을 것이다. 즉, 사용자측에서 고용해야 하는 단위 노동자에게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높을수록 실질 평균임금은 하락할 것이며, 단위 노동자가 사용자를 위해 뽑아주는 생산성이 높을수록 임금은 상승할 것이다. 다음의 두 그래프는 그러한 임금 결정 요소에 대한 근사치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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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일본이나 유로, OECD 평균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한국의 GDP가 반토막나면서 단위 노동자 한명이 보여주는 생산성에서 이미 성장동력을 상실한 최선진국들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앞서 보인 실질 평균임금의 상승세가 2008년 이후 완연히 꺾여 나간 사실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한국의 단위 노동자 생산성은 이제 더이상 ‘경쟁력’이 아니게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 더이상 임금을 상승시킬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에 근거하고 있을 것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한국의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대체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지금 고용되어 있는 숙련 노동자를 조금 더 싼 값에 부릴 수 있는 다른 노동자로 대체해도 그 비용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현행 법과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해고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크게 찾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정규직이다.

결국, 지금처럼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실질 평균임금의 상승 동력을 더이상 찾기 어려운 장기경기침체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 한명이 지속적으로 미래 소득의 증가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정부의 정책이다. 이는 근속연수의 보장과 물가상승률을 하한선으로 보장하는 임금상승률로 기술될 수 있다. 비정규직이 지금 당장 돈을 쓸 수 없는 이유는 언제 잘려나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이 돈을 쓸 수 없는 이유는 물가는 오르는 것이 확실하지만 자신의 임금은 언제 오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임금의 물가 연동제, 혹은 비정규직의 법적 지위 강화같은 정책이 지원되어야지만 실질적인 내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이보다 조금 더 불명확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정책적 시행에 있어 훨씬 더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우선,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이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일 것이다. 우리가 경제학원론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최저임금제의 경제적 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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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w0 에서 w1으로 상승하면 L1-L2 만큼의 실업자가 발생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수의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상승분만큼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윤극대화 문제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임금비용 안에서 노동자 수를 조절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시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최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의 이윤이 확대되지 않으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효과는 0에 가까울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들을 고용하는 사용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피고용인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최저임금 상승분만큼 추가적으로 지불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결국 더이상 피고용인 수도 줄이지 못할 정도로 여력이 없는 영세사업자의 경우 문을 닫게 될 확률이 높으며, 이 경우 실업자 수는 더 증가할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비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나 이들을 고용하는 영세 사업자 모두,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다. 정작 가장 강하게 보호받아야 할 이들이 최저임금제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이 경기부양 및 내수증진에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평균임금 상승을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비로소 소비 여력이 생길 것이다.

5 thoughts on “정작 중요한건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다.

  1. 저 선배님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대해 대략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쭈어볼수 있을까요?

    • 안녕하세요. 한은의 1%대 금리결정에 대한 시각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고, sanggi님께서도 충분히 본인만의 의견을 가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이번 금리인하 정책이 재경부의 금융완화정책과 발을 맞추어 시장에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정부의 경기부양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 실시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미국이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이 오히려 금리를 내렸다는 것이 상당히 의외였는데요, 이미 금리를 올려야 할 시기를 한번 놓치면서 정책상 실책을 저지른 한은이 한번 더 악수를 둔 느낌입니다. 가계부채 및 정부부채가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봤자 부채상환이 소비에 우선하기 때문에 “빚을 내어 집을 사고 소비를 한다”는 정책목표가 한계적으로 달성될수밖에 없습니다. 최경환팀도 이 한계를 이제야 인지한 듯 보이고, 그래서 부채증가를 통한 자산채널의 내수증가에서 임금상승 위주의 소득채널의 내수증가로 정책방향을 튼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림으로서 금융시장에서 위험성호성향이 증가하고 시스템리스크가 증가하며 시장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일 것입니다. 결국 재경부의 정책방향이 유동성 증가에서 소득증가로 바뀌는 가운데 한은은 물가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실질임금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정책상 실패라고 봅니다.

  2. Pingback: 최저임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나요? | M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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