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X 김해원: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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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가장 많이 들었던 국내 음반은 사람12사람과 김사월X김해원의 데뷔 EP였다. 두 그룹 모두 여성 보컬리스트가 포함된 혼성 듀오이며 전자음악과 포크라는 장르를 한국적인 차원(Korean dimension?)에서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트위터에서 김사월X김해원을 “The XX에 대한 한국의 대답”이라고 표현한 것을 봤는데, 사운드스케잎의 ‘비어있는 부분(void space of music)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12사람이 Chvrches, London Grammar, Purity Ring, Broods 등 여성 보컬을 전면에 내세운 전자음악 뮤지션들에 대한 한국의 대답이라고 이야기하면 100점짜리 답안이 될 수 없듯이(나는 Dum Dum Girls 등 고딕 리바이벌 음악들과의 연관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김사월X김해원을 단순히 ‘힙’한 서양 장르와의 비교를 통해 추켜세우려는 시도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음악은 비어 있으면서도 꽉 차 있고, 세련되었으면서도 과거로부터의 연결고리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단촐한 악기 구성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충만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음악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워야 할 곳과 채워야 할 곳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것을 음악적 ‘겸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음악적 역량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채워야 한다는 욕심에서 벗어나 음악이 흘러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의미다. 이 듀오는 그것을 이 데뷔작에서 성공적으로 성취하고 있다. 메시지의 전달 과정에서도 비슷한 정서가 느껴진다. “지옥에나 가버려”라는 과격한 제목을 달고 있는 노래도 사실 듣다보면 오히려 귀엽다는 느낌까지 받게 되는데, 이는 이들이 ‘과잉’에서 스스로를 철저히 격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인 “비밀” 이나 “사막” 연작들에서 느껴지는 오리지널한 리듬과 훅들은 완벽에 가까운 절제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음악적 형식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 데뷔작의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깨닫게 된다. 그저 섹시하기만 한 앨범이 아니라, 매우 단단한, 한해를 대표하는 음악이 될 자격이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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