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on Van Etten: Are We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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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3년 전, 섀런 반 에텐의 <Tramp> 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나는 미국 아티스트의 ‘지역성’에 집중했다. 단순히 서부 출신인지, 남부 출신인지에 따라 그 뮤지션의 음악적 고향이 달라진다는 단순한 이해의 수준이 아니라, 브루클린과 뉴저지, 어퍼 이스트 사이드와 할렘 사이에 존재하는 명확한 문화적 정체성의 차이를 음악에서 실감하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어느 ‘씬’에 있었는지가 인디 뮤지션의 뿌리부터 (데뷔라는 형태의) 출발까지를 굵직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면, 그 아티스트가 정식으로 전국 규모의 앨범 배급을 맡기는 첫 계약을 체결하는 레이블의 위치와 그 이후 발표하는 두번째, 세번째 앨범의 성격이 이후의 행보를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라는 짐작 정도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반 에텐은 뉴저지 출신의 여성 뮤지션이다. 뉴저지에서 자랐고, 미들 테네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으나 1년만에 자퇴했고, 브루클린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인디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하는데, 이후 두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인디애나 블루밍튼에 기반을 둔 Jagjagguwar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는 <Tramp>를 발표하게 된다. 이 앨범을 제작하면서 더 내셔널, 베이루트 등과 교류를 하게 되면서 그녀의 음악세계도 활짝 넓어지는 계기를 맞이한다.

<Are We There>는 Jagjaguwar에서 발표하는 그녀의 두번째 앨범이자, 첫번째 셀프-프로듀싱 앨범이기도 하다. 뉴욕의 문화 아래서 자란 뮤지션이 시카고와 인디애나 등 미드웨스트의 정서를 충분히 흡입한 뒤 드디어 본인의 시선으로 세상과 삶에 대해 노래하는 첫번째 앨범인 셈인데, 그래서 그런지 앨범의 첫곡인 “Afraid of Nothing”부터 스케일이 훨씬 크게 확장된 인상을 받는다. 그녀는 <Tramp>에 비해 훨씬 느리게 호흡한다. 그게 그녀의 원래 호흡이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건 그 느린 호흡 속에 태어나는 음악이 아름다움이 놀라운 수준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확신에 차 있고, 오버하지 않으며,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한다. 직설적이지만 공격적이지 않고, 돌려 말하지 않지만 충분히 깊고 포근하다. 잔뜩 날이 서 있는 맹수의 날카로움보다는 드디어 자신의 것, 자신의 세계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된 자의 여유로움이 한껏 뭍어난다. “Your Love is Killing Me”같은 곡이 갖는 절절함은 그녀가 ‘진짜’이고 ‘진심’이라는 증거물이다. 이 곡부터 “Our Love”, “Tarifa”, “I Love You, but I’m Lost”까지 이어지는 음반의 전반부는 상실한 것, 잃어버린 것, 혹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한 회한의 정서가 한껏 배어있는데, 이 감정은 “You Know Me Well”에서 이루어내는 작은 반전을 기점으로 극복과 성장, 이해와 관용이라는 다른 차원으로 나아간다. 앨범의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다. 그녀는 포기할 것은 확실히 포기한다. 결코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는 하지 않는다. 상처는 상처로 남아 있다. 그걸 인정하고 놔두고 가는 것이 그녀가 택하는 방식이다. 나쁘지 않아보인다. 마지막곡 “Every Time the Sun Comes Up”에서 “매일 해는 다시 뜨고 난 또다시 문제에 빠져버리지” 라고 되내이곤 이내 흥얼거리고 킥킥거리며 앨범을 마무리짓는 그녀의 방식. 즉, 그녀는 스스로 무언가를 확실히 결론내려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앨범 타이틀에는 물음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 에텐은 인터뷰에서 이를 “open end”를 나타내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는데, 앨범에 혼재되어 있는 슬픔과 후회, 이해와 포기의 정서들이 결코 하나의 단어로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 앨범이 가진 또다른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녹음 당시 존 래넌과 패티 스미스가 실제로 사용했던 악기들을 사용했다는 일화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그녀의 음악이 시간을 초월해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요즘 음악’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있는, 루츠록과 컨트리, 포크와 어덜트 컨템프로리 팝이 뒤섞인 듯한 그녀의 음악은, 그렇다고 ‘올드’하지도 않다. 어느 시대에 가져다 놓아도 좋다는 의미이고, 미래 어느 시점에 들어도 여전히 좋을 것이라는 뜻이다. 올뮤직닷컴에서 별 다섯개 만점을 받은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대단한 찬사를 받으며 2014년을 그녀의 해로 만들었다.

7 thoughts on “Sharon Van Etten: Are We There

    • 아이구 알려드리긴요 그냥 나누는거죠.. 좋죠! 좋죠! 최근 정말 많이 들었어요 ㅠㅠ

  1. 들을 수록 좋습니다. 전에 walkmen 의 heaven 과 같이 막힌 가슴을 쓸어 가는 바람 같은 이런 스타일은 뭐라 하는 겁니까? 달리는 차 안에서 들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앨범쟈켓처럼요..

    • 글쎄요.. 워크맨같은 경우에는 post-punk revival 이라고 부르더라구요. 반 에텐의 경우에는 조금 더 전통적인 형태의 American indie rock에 가깝지 않을까 싶구요. 미국인만이 만들어내는 감성이 스며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차안에서 들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ㅎ

  2. 안녕하십니까? 저는 http://www.gigguide.kr/ 의 편집장 Andrew Kim 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이제 시작하는 신생 공연관련 웹진으로써 필진들을 모집하고 있는데요. 귀하의 포스팅과 글들을 보고 접점이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리플을 남깁니다.

    자세한 사항은 메일이나 전화로 여쭙고 싶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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