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14.

가장 좋은 방에서 잤다. 캐런이 나에게 좋은 방을 양보하고 카우치에서 잔 덕분이다. 제일 늦게 일어났는데, 크리스는 원래 습성대로 일찍 일어나 근처 카페테리아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스캇 역시 그의 습성대로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했다. 캐런 역시 그의 습성대로 휴대폰으로 판타지 스코어를 확인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전날 밤 늦게 도착해서 어떤 곳인지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에스테스 파크에서 조금 더 로키산맥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곳인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멀리는 만년설이 덮인 산들이 모이고, 가까이에는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산들에는 드문드문 집들이 박혀 있었다. 체크인을 하는 곳과 각종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큰 건물들을 중심으로 개별 캐빈들과 아파트형 콘도들이 띄엄띄엄 위치해 있었다. 어제 엄마가 볼더 크릭을 산책할때 내가 만약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다면, 양가 부모님과 함께 다같이 볼더로 놀러오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에스테스 파크에서 사나흘 정도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캇이 모닝커피를 한잔 하고 싶다고 해서 administration center에 있는 작은 카페테리아로 갔다. 거기서 크리스에게 오늘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대충 설명을 들었다. 대부분 아이들을 대상으로 개설된 것들이라 우리가 즐길만한 것이 딱히 없었다. 예를 들면 archery같은 것도 12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거라 우리가 하면 뭔가 사고가 날 것 같았다. 결국 아침에는 탁구를 쳤다. folly pong이라고 네명이서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흑인 꼬마아이를 불러서 함께 즐겼다. 이후 정식으로 탁구 복식을 쳤는데 아까 그 흑인 친구가 계속 함께 놀고 싶어하길래 탁구채를 쥐어주고 함께 치게 했다.

탁구를 치고 밖으로 나오니 스티브가 도착해있었다. 스캇과 나는 스티브의 SUV 뒤에 매달려서 캐빈으로 돌아갔다. 옷을 갈아입고 18홀짜리 퍼팅게임을 했다. 나는 꼴찌를 했다.

점심을 먹었다. 16인치짜리 피자 두판을 다섯명이 먹었는데 다 먹지 못해 1/4 정도를 남겼다.

캐빈으로 돌아와 잠시 수다를 떨었다. 내가 네시에 떠나기로 되어 있어서 무엇을 할까 잠시 고민했다. 친구들은 내가 먼저 떠나고 해가 떨어진 뒤 <Bad (der) Santa>라는 비급 영화를 볼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는 농구를 하기로 했다. 체육관이 괜찮았다. 천장이 낮아서 포물선을 높게 그리는 3점슛은 가끔 천장에 맞았지만 그보다 우리들이 너무 늙어서 농구를 제대로 할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다섯명이어서 2대2로 3점내기를 반복해서 했다. 아까 아침에 함께 탁구를 쳤던 흑인 아이가 다시 우리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농구를 함께 하기엔 그 친구가 골대까지 공을 던질 힘이 되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롤러스케이트를 생전 처음으로 타보았다. 어려웠다. 많이 넘어졌지만 재미있었다. 다섯명중 세명이 스케이트를 처음 타보았고, 나는 그중에서도 캐런과 함께 가장 못타는 축에 속했다. 2대2로 경주를 했는데, 캐런과 내가 출발하는 모습을 따로 비디오로 찍었다. 웃겼다. 그곳에서 다섯명이 다 함께 나온 유일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근처를 그냥 걷기로 했다. 숲속으로 들어가서 horseshoe throwing 을 했고, 큰 바위 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튜브 그네를 타기도 했고, 피구 비스한 게임을 하기도 했다. 시시껄렁하게 별거 아닌 것 가지고도 재미있게 놀았다. 친구들이랑은 원래 그러고 노는거다. 뭘 해도 재밌다.

스티브의 차를 빌려타고 볼더로 향했다. 해가 지기 전에 로키산맥을 빠져나오는게 목표였는데 에스테스 파크를 벗어나 라이온스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36번이 아예 폐쇄된 상태였다. 30분 넘게 운전해온 산길을 다시 돌아가 에스테스 파크에서 7번을 탔다. 7번은 36번보다 더 산길이었다. 돌고 돌아 라이온스에 도착하니 이미 두시간이 지나 있었다. 볼더에 도착해 스티브가 사는 집 앞에 차를 주차하고 볼더라도 호텔로 돌아오니 여섯시 반이 지나 있었다. 친구들에게 36번이 폐쇄되었다는 사실을 이메일로 전해 주었다.

어머니는 다행히 잘 살아계셨다. 어제 함께 산 음식들을 남기지 않고 다 잘 드셨고, 오후에는 네시간 정도 밖에 나가 그릇 가게나 데코레이션 가게를 구경했다고 하셨다. 길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나의 신신당부때문에 멀리 나가지도 못하시고 펏스트릿 주변만 맴돌았다고 하셨다. 점찍어둔 그릇이 몇개 있다고 하셨으니 내일 함께 가서 다 털어 올 생각이다. 나도 볼더의 플랫아이언이 나온 그림이나 사진을 하나 사서 오피스에 걸어 둘 생각이다.

씻고 나오니 어머니가 남은 음식들을 차려 주셨다. 볼더에서까지 어머니는 나에게 식사를 차려줄 생각만 하신다. 음식을 먹으며 간단히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하고, 나는 몹시 피곤해 침대로 쓰러져 골아떨어졌다. 깨보니 새벽 두시였다. 화장실에 다녀오신 어머니는 나의 이불을 펴주시고 다시 잠자리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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