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s it

사진을 다 지웠다. 흔적을 없애는 일은 쉽지 않다. 사소한 물건 하나, 흔한 사진 한장에도 그 당시의 기억들이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진부터 시작해 우리가 처음 함께 찍었던 사진까지 스크롤이 올라갔다. 재작년 여름 사진속의 나는 너무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해 거의 웃지 않게 되었을 즈음의 사진에 찍힌 날짜는 다시 최근을 가리키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지운다고 지웠는데 그래도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사진을 지우는 일은 간편했다. 기억도 그렇게 간편하게 지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게 되는건 언제쯤일지 궁금하다. 분명히 그런 날이 올텐데. 이름조차 희미하게 잘 기억나지 않는 날도 올텐데. 그때가 되면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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