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F. 고셋: 미국 인종차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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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충분히 큰 표지 사진이 없어서 직접 찍었다. 죄송합니다..)

토머스 F. 고셋, 2010년, 미국 인종차별사, 윤교찬, 조애리 옮김, (주)나남.

이 책은 미국역사에서 인종차별이 어떻게 행해져 왔는지 기록한 책이라기 보다는, 미국에 존재했던 인종차별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는 ‘흔한’ 흑인노예의 사진 한장 등장하지 않으며, <노예 12년>과 같이 직접적인 방식으로 인종차별의 구체성을 묘사하지도 않는다. 미국에서 행해져온 인종차별을 환기하며 분노로 가득찰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의도적으로 취하고 있는 건조한 서술방식에 금세 지루해하며 실망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 책은 학설사(History of Thoughts)에 가까운 책이다. 책의 전반부는 미국과 그 주변국가에서 발전해온 인종이론 발달사를 다루고 있다. 즉 우리에겐 우생학(Eugenics)으로 알려져 있는, 인종적 특성을 기초로 인종 간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그래서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학문적 노력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책의 후반부는 미국에서 살아온 인종 간의 관계사를 서술하고 있다. 관계사라고는 하지만 주요 사건의 독창적 분석보다는 학문 및 문학계에 기록되어온 문헌의 꼼꼼한 분석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인종 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한국어 번역판으로 600페이지에 이르는 이 방대한 ‘literature review’는 문학계와 과학계를 아우르며 미국과 그 주변국들에서 인종차별적 시각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왔고 그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또 그러한 주장들이 1920년대에 이르러 어떻게 패배하기 시작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독창적인 시각을 기대한다면 약간의 실망을 할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미국과 그 주변국들이 인종 간의 충돌을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발전시켜온 편견의 과학적 토대와 그 뿌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주 들어온 유명한 이름들이 사실은 매우 완고한 인종차별주의자였음을 그들이 행한 행동과 말의 기록을 통해 증명해내고 있으며, 이러한 비이성적 사고의 흐름이 집단적으로 융성하게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사회적인 측면에서 제시함으로써 1940년대 이후, 즉 이 책이 서술하지 않는 시대에도 응용가능한 분석적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명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일반대중을 상대로 한 책이라기 보다는 본격적인 학문을 시작하기 전 단계의 깊은 관심을 가진 이들을 상대로 쓰인 좋은 입문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문학 전공 교수답게 서술 방식을 지나치게 어렵지 않게 가져가면서도 문장마다 정확하게 포인트를 잡아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그냥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만으로 읽어내려가도 시간 낭비는 절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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