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sie Ware: Tough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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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웨어의 데뷔 앨범은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덥스텝같은 잘게 쪼개지는 리듬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보컬의 묵직한 힘에 놀랐고, 4AD 스타일의 인디팝까지 넘나드는 폭넓은 장르 소화력에 한번 더 놀랐다. 올해 발매된 두번째 앨범 <Tough Love>는 데뷔 앨범까지의 여정을 함께 한 SBTRKT의 품을 떠나 Ed Shreen이나 Miguel같은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한 작업물들을 담고 있다. 앨범은 데뷔앨범에 비해 훨씬 더 두터운 R&B의 색채를 띠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정통적인 장르에 갇히기 보다는 그 장르를 기반으로 여러 장르를 널뛰며 노는 공간 속에서 자신이 가진 목소리의 힘으로 지긋이 무게중심을 잡는 스타일의 웨어에게 하나의 장르를 태그해버리는건 별로 의미없는 일일 것이다. 이 앨범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녀가 나아가고자 하는 커리어의 ‘방향’을 두번째 앨범에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앨범에서 그녀는 소위 말해 방방 뛰었다. 두번째 앨범에서 그녀는 걷고 있다. 차분하게, 정제된 태도로,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사뿐사뿐 걷고 있는데 쉽게 치고 들어가서 말을 걸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이 앨범에서 분명히 어떤 수준 이상으로 에너지를 내뿜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절제’는 ‘세련’된 결과물로 치환되어 아주 좋은 일렉트로팝 넘버들을 탄생시켰다. 비욘세의 최근 앨범이 흑인음악의 동물적인 ‘뿌리’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켜 주었다면, 웨어의 두번째 앨범은 흑인음악이 가진 지적인 매력의 잠재성을 드러냄으로써 이 장르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그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만큼 대단한 야심을 가진 앨범이라고 해석해도 크게 무리는 아닐듯 하다.

앨범은 때때로 머뭇거린다. 때때로 오리지널리티를 잃어버리고 흔들리기도 한다. “Kind of…Sometimes…Maybe”는 주체성을 상실한 여성의 애닲은 구애가는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들고, “All on You”는 너무 장르의 관습을 답습한 것은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젊은 싱어송라이터는 창의적인 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고, 이번 앨범에서는 그 위에 특별히 품위와 여유를 더했다. 첫번째로 싱글커트된 “Tough Love”는 그녀가 가진 일렉트로-related 장르에 대한 이해력을 증명하고 있고, “Say to Love Me”와 “Champagne Kisses”, “Keep on Lying”과 같은 발라드 넘버에서는 팝적인 감각 또한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냥 가벼운 팝앨범으로 들어도 베스트고, 우리가 희망하는 영미팝음악의 미래를 알고 싶다고 해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으며, 하나의 장르 안에 집중하고 싶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21세기에 우리가 바랄 수 있는 토니 브랙스턴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좋은 앨범이다.

2 thoughts on “Jessie Ware: Tough Love

    • 잘 정제된 노래들이라 귀가 피곤하지 않다는게 가장 큰 장점같아요. 그러면서 에너지를 잃지도 않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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