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KA Twigs: LP1

download (1)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댄서/프로듀서 FKA Twigs의 첫번째 풀렝쓰 정규앨범의 이름은 심플하게 <LP1>이다. 그녀가 전에 발표한 두장의 EP의 이름도 <EP1>, <EP2>였다. 너무 많은 의미를 담지 않은 포장지 안에 음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나름의 야심이 담겨 있는 것일까. 그녀의 본명은 Tahlia Debrett Barnett 이다. “FKA Twigs”라는 무대명은 댄서로 활동하던 시절 얻은 “Twigs”라는 예명을 원래 가지고 있던 다른 뮤지션의 항의를 받고 “Formerly Known As”의 약어인 FKA를 이름 앞에 붙여서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1988년생, 이제 막 26이 된 이 젊은 아티스트는 뮤지션보다는 댄서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듯 하다. 체조선수이자 댄서였던 어머니와 평생을 산 그녀가 한번도 만나지 않은 생부 역시 재즈 댄서였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유전적 형질은 충실히 가지고 태어난 셈인데, 오직 그녀만이 유색인종이었던 가톨릭 사립학교에서 10대 시절을 보내면서 내적으로 넘치는 끼는 억압되었을 확률이 높고(그녀는 그 시절을 “in the middle of nowhere”라고 회고했다), 결국 17살에 런던으로 이주해 본격적인 댄서로서의 커리어를 살게 된다. Jesse J같은 뮤지션의 백업댄서로 활동하다가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프로듀서들의 눈에도 띄면서 재능이 발견되는 것은 숨막히는 학창시절을 참아내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었을터. 2012년 첫번째 EP <EP1>을 발표한 뒤 데뷔앨범을 발표할 때까지 2년 정도가 걸렸다.

그녀의 데뷔 앨범은 흔히 “PBR&B”라고 불리우는, 21세기에 변형된 형태로 계승되는 트립합의 한 장르 안에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감각적인 비트와 멜로디라인 위에 쿨한 악기 구성으로 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천박하지도 않은 적절한 섹시함을 갖춘 음악이다. “Two Weeks”나 “Video Girl”, “Pendulum”같은 곡들은 무척 섹시하다. 군더더기 없이 딱 고개를 까딱거리며 PBR 캔 하나 들이키기에 딱 좋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음악이 소모성 클럽뮤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충분히 그 음악적 견고함을 인정받고 있고, 머큐리 시상식에 후보로 올라가 있는 상태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직조한다기 보다는 음악을 이용해 춤을 추는 것 같다. 사람마다 ‘생각을 하는 방법’이 다 다를 것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머릿속에 있는 흰 종이에 글씨를 써내려가는 식인데, 어떤 이는 그림을 그린다고도 하고, 다른 이는 표현할 수 없는 직관적인 이미지로 세상을 이해한다고 한다. FKA Twigs는 음악으로 춤을 추는 느낌이다. 노래를 불러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도, 비트 위에서 뛰어 놀아도, 그녀의 음악은 항상 하나의 잘 계획된 Choreography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로 기억되는 노래가 있고 가사로 기억되는 노래가 있으며 한두개의 단어로 기억되는 노래도 있는데 이 댄서 겸 뮤지션이 만드는 음악은 꿈틀거리는 춤, 그 자체로 기억된다. 그 완성도가 매우 견고하다.

4 thoughts on “FKA Twigs: LP1

    • 아이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음악이 우선 너무 좋죠!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