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ntlers: Familiars

FamiliarsAlbumCover“슬픔”의 단계, 혹은 종류를 표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crying”, “grief”, “sadness”, “mourning”, “sympathy”.. 그런데 그냥 “fail”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단순히 어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발생하는 “실패”의 상황이 아닌, 갈 수 없는 곳에 가기 위해 애쓰다가 끝내 주저앉아 버린, 혹은 열 수 없는 마음 앞에서 뒤돌아설 수 밖에 없는 절망의 상태, 그 모든 것이 “fail”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하는 인디밴드 The Antlers의 다섯번째 스튜디오 앨범 <Familiars>는 바로 이 “fail”의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차 있다.

이 앨범은 Paste Magazine의 주장대로, “이들의 역대 앨범들중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주는 앨범”일 것이다. 관악기를 적절히 활용한 이들 음악의 진폭은 전작들에 비해 훨씬 커졌는데 호흡은 반박자 여유로워졌다. 보컬리스트 Peter Silberman의 목소리는 여전히 구슬프지만, 그 얇고 높은 톤을 뒷받침해주는 사운드의 두께는 훨씬 두터워졌다. 같은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탑레벨의 밴드들 – Dirty Projectors, MGMT, Grizzly Bear 등 – 과는 다르게 여백의 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보이는 첫번째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부분에서의 성숙이 중요하게 주목받아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이 비로소 가사와 형식을 일치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브루클린식 청승주의’를 표방하는 다른 밴드들로부터 이들을 분리시키는 가장 큰 부분도 바로 이 외형과 의미의 유기적인 결합에 있다. “슬픔”을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 중 이들이 이 앨범에서 선택한 것은 바로 가장 “익숙한 것들”로부터의 멀어짐, 혹은 “fail”인 듯 보이며, 이 슬픔의 적극적 표현은 경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일 수 밖에 없다. 만들어진 슬픔의 물리적 표현이 아닌, 삶의 흔적들로부터 피어져나오는 스토리텔링이 이 앨범의 가장 큰 힘이다. <Hospice>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이들의 세계가 비로소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재능 넘치는 젊은 밴드가 베테랑 뮤지션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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