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vert-phobia society

한국에는 ‘아싸’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내가 대학생때는 그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데, 그 이후 세대부터 생긴 유행어같다. ‘아웃사이더’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과 친구들이나 동아리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로 혼자 학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흔히 어떤 사람을 가리켜 ‘아싸’라고 하면 그것이 칭찬으로 쓰이지는 않는 것 같다. 즉 친구들과 어울려 활발한 활동을 하거나 늘 바쁘게 주변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아싸’라는 범주 안에 들어가면 왠지 사회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아싸’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고, ‘아싸’가 ‘아닌’ 사람들은 그런 현실에 안도한다. ‘아싸’를 정의내리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겠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아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고 한다. 

1. 아무 계획도 없는 주말을 선호함
2. 모임이나 약속이 취소되었을 때 기쁨
3. 일이 끝나고 아무런 일정이 없을 때 안도감을 느낌
4. 어디서 전화가 오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받고 싶어하지 않음
5. 모임에서 혼자 겉돌때 문자하는 척 함
6. 밖에서 노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노는 것을 선호함
7. 친구나 직장 동료들의 사교 모임 초청에 바쁜 일이 있다고 거절함
8.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음
9. 현실보다 온라인에서 노는 것이 더 재밌다고 느낌

위와 같은 특징은, 엄밀히 말해 발달된 형태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위와 같은 특징은 ‘아싸’가 아니라 내향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지탄받아야 할 사람들도 아니고 불쌍하게 생각되어져야할 사람들도 당연히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이 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Susan Cain 이 쓴 베스트셀러 <Quiet> 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전 세계는 많은 외향적인 사람들과 그들보다 발견하기 조금 더 힘든 내향적인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들이 각자 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외향적인 사람들이 한 사회에서 위치를 찾거나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훨신 적극적이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현대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들 중심으로 형성되어져 왔고, 그 때문에 내향적인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비상식적인 외향적인 사람들에 의해 때때로 많은 비논리적인 차별이 행해져 왔다. 그것이 만연해 있는 미국 사회를 지나 조금 더 내향성을 높게 간직하고 있던 한국에서마저 이러한 차별이 조금씩 더 노골화되는 추세인 것 같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갖는 위험성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네오 나치즘과 같은 사회 파괴적 형태의 소수 차별 주의자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일베), 개인적인 사색의 공간이 갖는 가치 자체가 폄하되기 때문에 강제적인 사회 활동이 정당화될 소지가 높으며, 책을 읽기 보다 술 한잔을 더 마시며 사교 활동을 하는 편이 더 가치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과정에서 집단적인 지적 능력 자체가 감퇴할 위험성도 있다. 모든 인간이 사교 활동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이 더 많은 다른 인간들과 관계를 갖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들은 혼자, 혹은 한두명의 친한 사람들과의 교류만이 가치있다고 느낄 것이며 그 작은 관계에서 더 높은 가치를 생산해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을 극도로 부끄러워 하는 풍조가 있다. 혼자 영화관에 가거나 혼자 밥을 먹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공공 장소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에는 ‘나에게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조금 더 큰 목소리와 과장된 액션으로 심하게 푸드덕거리기도 한다. 그런 과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대상은 놀랍게도 생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완전한 타인들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우리는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내가 얼마나 사교적인지 과시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과정에서 남는 것은 공허함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다른 한명의 인간과 결혼할 수 있으며, 요즘같은 사회에서는 자녀를 많이 낳아봐야 세명이 한계이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죽을 때에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만이 존재할 뿐이다. 내향성을 경시하는 풍조를 가진 사회는 결코 이러한 현대 사회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이렇게 점점 외로워져 가고 고립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개인을 애써 무시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더 많은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외향적인 사람들이 현실을 외면하는 겁쟁이일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이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장려하는 사회 풍조를 형성해야 한다. 퇴근을 일찍 하고 집에 가서 책을 읽으며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아름다운 미덕으로 찬양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내향성은 결코 열등함의 다른 표현이 아니다. ‘아싸’를 마치 낙오자나 사회 부적응자로 묘사하며 경시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기저에는 그렇게 되기 싫다는 두려움이 공존할 것이며, 그 두려움의 근간에는 외향성에 대한 비논리적인 찬양이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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