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와 삶의 고단함.

오늘 봄방학 첫날을 맞아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서 쉬는셈 치고 부동산과 자동차 시장을 동시에 검색했다. 뭐가 그리 복잡한지. 판매자를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구매 결정 이후의 절차부터 실제로 동산/부동산을 임의대로 사용하기 까지의 과정이 온전히 소비자의 책임과 몫으로 전가되고 있었다. 즉, 판매자나 공공기관이 불편함을 떠안으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돈만 내면 된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너는 이것을 가지고 싶다면 저것도 해야 하고 그것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사실 갖지 못할 수도 있어’ 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풍기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시스템은 반대라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이 가장 불편한 부분을 모두 떠안고 시장이 온전히 수요, 공급자와 가격에 의해 결정되게끔 환경을 조성한다. 미국의 공무원들이 아무리 게으르고 불친절하다고 해도 그런 불친절함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시스템이 있기에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공무원들도 개인의 능력에 상당 부분 기대야 하고 시장의 규칙이라는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직접 겪어 봐야 처리가 가능한지 알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시장이 개인의 능력에 의해 좌우되고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 물건 하나를 사려고 해도 수많은 팝업창을 뚫고 컴퓨터를 충분히 느리게 만든 뒤에야 ‘제발 결재가 성공하게 해달라’ 라고 기도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를 수 있다. 아마존처럼 원클릭으로 구매하게 하면 판매량도 껑충 뛰고 내수도 상승할 수 있을텐데 소위 말하는 구두창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건 경제학 용어로 deadweight loss, 소위 말해 그냥 죽은 돈이 되어 버린다. 비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은 점점 새로운 진입 장벽을 높게 쌓아올려가고 있는 중이다. 빚을 내어 집을 산 사람은 몇년째 가격이 오르지 않아 하우스 푸어가 될 지경인데, 이제 미국에서 금리를 서서히 올리기로 마음 먹었으니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가계 부채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매매가격이 오르지 않으니 사람들은 돈이 있어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들어가려고 한다. 전세 가격은 이미 ‘원래 전세를 살아야 할 정도의 형편을 가진 자’들이 도저히 덤빌 수 없을 정도로 올라 버렸다. 그래서 나온 월세라는 것도 외국의 월세와는 다르게 초기 보증금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수준이라 이 역시 목돈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전세라는 마이너스 이자율을 지급하고 저축을 하는 형태의 재산 축적 방법이 있다 보니 매달 일정 비용을 지출하는 월세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수요자는 점점 전세로 몰리지만, 전세는 이미 두터운 벽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나서서 월세의 보증금 한도를 크게 낮추어 버리면 월 소득을 보전받기 위해 월세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할 여지가 높다. 이래저래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은 서울 밖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밖으로 밀려나면 통근 시간이 길어지고, 통근 시간이 길어지면 저녁이 없어지고 삶은 고단해 진다. 취미 생활을 할 수도 없고 차분히 앉아서 생각을 할 수도, 공부를 할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고 그렇게 세상에 짜증을 내다가 새누리당을 찍게 된다.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왠지 노무현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열어도 텔레비전을 틀어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현대의 서울, 혹은 서울 근처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는 서울에 정착하기 힘든 구조에서 살고 있다. 12년동안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 뒤 또다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신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주거 비용이다. 이렇게 만난 남녀 (혹는 남남, 여여) 는 맞벌이를 포기할 수 없다. 결혼 전까지 몇년동안 모은 돈을 전세 자금으로 쏟아 붓고도 돈이 모자라 대출을 또 받아야 한다. 이렇게 시작한 가정은 조금 더 돈을 모아 조금 더 큰 전세로 옮겨 가고 그렇게 십년 넘게 돈을 모으면 드디어 매매로 집을 구매해 대출을 계속 갚아나간다. 그렇게 또 대출을 다 갚아 나가다 보면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긴 시기에 비로소 빚이 없는 아파트 한채를 갖게 되지만, 그것도 몇년 지나지 않아 자식들의 대학 자금과 결혼 자금으로 융자를 받아 까먹게 된다. 그렇게 서울의 번듯한 집 한채는 낡아 빠진 채로 헐값에 팔려 나가고, 자식들에게 약간의 돈을 보태주고 나면 거의 빈털터리 신세로 서울 밖으로 밀려나 연금으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인생, 한국에서 굉장히 성공한 인생에 속한다. 그리고 이 고단하고 별로 행복해 보이지도 않는 힘겨운 삶을 살기 위해 많은 한국인들이 오늘도 뼈빠지게 일하고 있다.

 부동산 매매 가격은 앞으로도 오르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양천구부터 강남구까지, 용산구부터 분당에 이르는 몇몇 지역들은 투기 심리에 따른 거품이 빠지지 않았고 이 지역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꾸준히 있을 것이지만 투기를 위해 집을 산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의 가격 상승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이제 성장 동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고 수출은 여전히 제조품 위주이며 국내 소비는 여전히 불편하고 노동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금리가 상승하면 빚을 지고 있는 많은 가계들이 더 큰 고통에 시달릴 것이며 많은 이들이 파산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고 소득을 올리고자 하는 많은 이들은 그 꿈이 좌절된 채 높은 이자에 시달릴 것이고, 돈이 있는 자들은 비싼 전세 가격 형성에 기여하며 이리 저리 떠돌아 다닐 것이다. 청년 실업률은 앞으로 점점 더 악화될 것이고 9급 공무원이 거의 모든 젊은이들의 꿈이 된 이 사회에서 모순되게도 안정적인 삶이란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가치가 될 것이다. 새로운 세대가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태어날리 만무하다.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은 뭘로 매울까. 외국인 노동자들을 싼값에 쓰면서 사회 계층 분화는 심화될 것이고 네오나치즘같은 소수민족 차별 운동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노동시장은 더 악화될 것이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들이 헐값에 노동력을 내어주면서 갑과 을의 격차는 더 깊어질 것이다. 대기업 중에서는 오로지 삼성만이 안정적인 현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며 정치는 새누리당 혹은 그 당을 잇는 다른 이름의 정당이 계속 집권하면서 권력이 어느 한 지점에 모이게 될 것이다. 월급쟁이들의 삶은 점점 더 비참해질 것이며, 장사를 하려 해도 소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새롭게 여는 가게마다 족족 망해나갈 것이며, 거의 모든 가게들은 대기업들의 체인점으로 변신한채 비정규직들의 비율을 급속하게 증가시켜 나갈 것이다. 그렇게 한국 사회는 점점 더 고단해질 것이며, 그 어떤 밝은 미래도 기대하지 못한채 조금씩 사그러들 것이다.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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