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ch vs. report

많은 대학원생들이 미래의 직장으로 회사보다는 학교를 선호한다. 물론 근본적이고도 실질적인 이유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괜찮으니까’ 혹은 ‘일주일에 다섯번 출근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겠지만 그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이유는 ‘티칭이 좋아서’ 이다. “교육이라는 가치에 헌신하는게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와 같은 오글거리는 멘트로 대변되는, 주로 올빼미족들인 이들이 내건 새빨간 거짓말인 이 변명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다. 교실 안에서는 선생이 ‘완갑’이고 최소한 티칭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 누구의 통제도 거의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리서치가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 혹은 동등한 위치에 있는 누군가와의 협업임을 생각해 볼때 학교는 대학원생들에게 기나긴 ‘을’로서의 기간으로부터의 거의 완전한 탈출을 보장해 주는 신의 직장임에 틀림없다. 이에 반해 정부기관이든 사기업이든 일단 회사에 들어가면 ‘보스’라는 존재가 나를 지켜보고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한다. 회사에 들어간 경제학 박사들은 티칭에서 해방이 되지만 (i.e., 젊음을 빙자한 어리석은 방종을 매주 몇시간씩 의무적으로 관찰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신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리포트를 써야 한다. 이는 ‘서비스’의 관점에서 리서치가 주된 업무이자 평생의 업이라고 생각하는 박사들에게 티칭과 동등하게 치환될 수 있는 일종의 의무사항인 셈인데, 글 쓰는 것을 말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오히려 이쪽이 더 마음이 편할 수가 있다. 하지만 리포트 역시 어떤 ‘갑’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티칭보다 더 큰 부담이 되는건 어쩔 수 없다. 즉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또다른 ‘을’로서 ‘갑’을 상대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아마 연봉의 차이를 떠나 외국의, 그것도 왠만하면 미국의 학교를 국적불문하고 일순위에 놓고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대신 더 좋은 환경을 갖춘 학교일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좋은 리서치 스쿨에서 테뉴어를 따내는 것은 정말 정말 힘든 일이며, 그 극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어쩌면 차라리 ‘갑’이 시키는 일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의 끔찍한 업무량이 기다리고 있다. 성공한 학자로 살아 남는 것은 어떤 길로 나아가든지 참 힘든 일이다. 나는 비록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구멍을 계속해서 찾아나가고 있다. ‘서비스’와 ‘업’ 이 분리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축복인 것 같다. 

3 thoughts on “teach vs. report

  1. 잘 지내시는지요. 한국은 이주부터 날씨가 조금 풀렸습니다. 처음 들를 때부터 늘 잘 읽고 있고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 곳인데, 모쪼록 어디 계시든 종혁님의 무운을 기원하고, 또 거기에서 역시 자신 나름의 답을 찾는 과정 중에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오신 후에 적당한 생활의 안정을 맞이한다면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어요. (트위터를 탈퇴하신 듯하여 여기에 남깁니당).

    •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획하셨던 독서/공부 모임은 원하시는 방향으로 진행중인지 궁금하네요. 저는 여름쯤에야 들어갈 수 있을 듯 해요. 신변이 정리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관심 가져주셔 고맙습니다. 두 모임 모두 겨우 꾸려가는 와중이에요. 모쪼록 여름 즈음에 오신다니, 그때까지 잘 버텨서 이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쌓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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