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 Stiller: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Secret Life of Walter Mitty
한국에서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라는 우스꽝스러운 – 그리고 한국 마케팅 담당자의 영화에 대한 몰이해가 여실히 드러나는 – 제목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인터넷 시대로의 이행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Life’ 지의 필름 사진 원판 담당자에 대한 이야기다. ‘Life’지는 사진 역사에 길이 남을 굵직한 사진들을 많이 출판해 왔다. 서강 헤럴드라는 학교 영자 신문사에 잠시 몸담았던 시절에 보도 사진 연구를 할 때 쓰이던 교보재도 이 매체였다. 강렬한 흑백사진으로 표현된 보도 사진의 표현력에 경도되었던 기억이 있다. 모든 출판 업체가 인터넷 시대로의 이행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몸을 실으면서 사진 출판업계도 필름에서 디지털로 급속하게 넘어가기 시작했고, 비록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는 결과물의 차이는 크지 않을지언정 그 산업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맞닥뜨렸던 문제는 분명 life-changing 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 영화의 주인공 Walter Mitty처럼 필름 원본의 보관을 업으로 삼은 사람의 경우에는 더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지나치게 내성적인, 하지만 조용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일에 대한 존중을 삶으로 실천해 왔던 한 소심한 사내가 인생의 한 챕터를 끝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벤 스틸러는 헐리우드라는 변화부쌍한 산업에서 평생을 몸담아 오면서 결코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좋은 영화들의 좋은 점들을 바로 바로 습득했고, 이를 자신의 영화에 슬기롭게 재현해 냈다. 비록 각각의 장면에서 바로 바로 연상되는 레퍼런스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영화가 오리지널리티를 놓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필름 사진이라는 역사의 박물관에 보관되기 시작한 산업의 삶의 끝자락을 관조하면서 한 사람의 짤막한 모험담을 필름 카메라의 프레임 안에 담아내듯 표현해 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수만장의 사진을 이어 붙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영화를 사각 프레임안에 가두어 놓지만은 않는다. 광활한 자연 풍경을 역동적으로 담아내는 화면 구성에 더해 관객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좋은 배경 음악, introvert 한 성격을 스스로 깨고 나오는 힘든 여정을 절절히 표현해 낸 벤 스틸러의 연기 (문학, 영화 가리지 않고 내성적인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가 실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내성적인 사람의 비율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예전부터 흥미로웠다), 영화의 구석구석에 현명하게 배치한 내러티브를 풍성하게 해주는 장치들까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서도 상당한 레벨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종종 비약을 하고 결말은 지극히 헐리우드 엔딩스럽지만, 그건 벤 스틸러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당연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참 좋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타인의 삶>을 연상시키는데, 시대의 명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그냥 복제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영화의 주제 의식에 부합하도록 적절하게 비틀어 사용한 스틸러의 영민함이 오히려 돋보였다. 어쨌든 그는 이미 화석이 되어버린 역사의 한 부분에 지극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고, 그 애정을 단순히 특정 산업, 특정 직업에 국한시키지 않고 한 개인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그 감정을 일반화, 개인화시킨다. 영화가 다른 경지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이러한 역량덕분이다.

영화 음악이 참 좋다. 다들 아는 아케이드 파이어부터 영화 주제가를 담당한 호세 곤잘레스, 그리고 영화의 서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는 데이빗 보위와 크리스틴 윅이 함께 부른 “Ground Control to Mike Tom” 까지, 한결같이 참 좋은 음악들이 많다. 영화 음악을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어디론가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나도 어떤 벽을 깨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여기저기 꽉 막혀 있는 지금의 내가 참 많은 위로를 받은 영화, 그리고 영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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