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ph Gordon-Levitt: Don J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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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트위터에 “모든 남자는 <돈 존>을 봐야 한다” 라고 썼다. 그리고 며칠 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모든 여자도 <돈 존>을 봐야 한다” 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 영화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봐야 할 정도로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할리우드 시스템의 영화 문법에 충실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연극에 더 가까운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연기자들의 연기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는 역할극이라는 점에서 단단하지만 서사적인 측면에서 큰 감흥은 없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재밌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조셉 고든-레빗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아이디어’ 혹은 ‘모티브’가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포르노를 보는 마초의 이야기다. 매일 포르노를 봐야 하고, 포르노를 봐야 하는 합당한 이유도 나름 가지고 있다. 포르노는 현실의 여자와 다르다며 포르노가 마약은 아니지 않냐고 항변한다. 포르노는 단지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뿐이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으며 정상적으로 여자를 사귀는 데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짐랫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두번째로 섹시한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와중에도 포르노를 끊지 못해 차인 이 남자가 야간대학에서 만난 한 중년의 여자에게 진짜 여자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배우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건 역시 ‘포르노’라는, 남자들의 삶에서 결코 끊을 수 없는 대상을 직접적이고 유쾌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과 이 ‘포르노’를 ‘여자’라는 또다른 축과 병렬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돈 존에게 포르노는 현실의 여자가 만족시켜줄 수 없는 지점을 채워주는 보완재에 가깝다. 그는 여자를 물질화시키고 대상화시키며 살아 왔다. 그는 매주 일요일 성당에 가지만 성당으로 운전해서 가는 길 내내 욕을 해대고, 매주 고백성사에서 섹스 (혼전 성관계는 아직도 천주교에서 공식적으로 금해지고 있다. 누가 지키겠냐만..) 와 자위 횟수를 떳떳하게 밝힐 정도로 뻔뻔하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클럽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꼬실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핫하다는 포르노를 밤마다 찾아내 볼 수 있다. 사실 그에게 여자와 포르노는 전혀 다른 대상이 아닌 셈이다. 위선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랬던 그가 남편, 아이와 사별하고 외롭게 살아가며 독설을 퍼붓는 중년의 여자에게 여자를 대상화하지 말라고, 자기 안으로 거두어 들이라는 충고를 받고 한순간에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꾸는 영화의 결말은 사실 좀 찝찝하긴 하다. 대부분의 현실에서의 남자들은 그렇지 못하거든. 여전히 어리고, 여전히 성장이 더디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과거의 핫했던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 자신이 성장했음을 확인하는 돈 존의 모습은 사실 현실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힘든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봄날은 간다> 와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거칠고 위트있게 만든 미국인 버전 정도? 어린 남자가 아주 조금만 성장하면 세상이 크게 달라져 보인다.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전히 어릴 뿐이다. 돈 존은 아마도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자신이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까지도 거쳐야 하는 과정이 꽤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존>은 한 남자의 짤막한 성장기를 무리없이 그려내고 있다. 조셉 고든-레빗과 스칼렛 요한슨, 줄리안 무어는 모두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이들의 연기가 없었다면 영화는 아주 시시하고 자극적인 영화로만 기억되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아직도 자신의 남자친구가 포르노를 보지 않는다고 믿는 여자들이 있다면.. 음. 아마도 당신의 남자친구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에이, 나는 다른 남자들이랑 달라. 네가 있는데 왜 그런걸 봐.” 그리고 그는 오늘밤도 폴더를 뒤지고 있을 것이다. 남자들에게 있어 포르노는 익스큐즈되어야 하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현실 도피에 가깝다. 그리고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 포르노를 더이상 보지 않기를 바란다면, 조금 더 진지하게 그에 대해 알아갈 필요가 있다. 그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아마도 꽤 건실한 청년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포르노는 끊을 수 없는 마약이라기 보다는 그저 생활의 일부에 가까운, 화장실에 가거나 친구와 수다를 떠는 그런 일상중 하나일 뿐이다. 왜 포르노를 끊어야 하는지 설득하고 싶다면 포르노가 어떻게 한 남자로 하여금 일반적인 여성성을 다른 층위에서 해석할 여지를 남길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판타지를 판타지로 남겨둘 수 있는지, 혹은 판타지를 제거시켜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2 thoughts on “Joseph Gordon-Levitt: Don Jon

  1. “네가 있는데 왜 그런걸 봐..” FM 대답이죠 ㅋㅋ 여자들은 이해를 못 하니 그냥 FM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예쁘지 않은 레인부츠의 귀여움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해도 남자가 못 알아먹는 것과 비슷한 듯요. ㅎ 서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많으면 좋은 것 같은데 쉽지 않죠.

    • 맞아요 괜히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냥 그냥 적당히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죠. ㅎㅎ 사실 여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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