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Campesinos! : No Blues

딱히 “완전 꽂혀서” 라기 보다는, 어떤 우연찮은 계기에 의해 데뷔 시절부터 그 성장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는 뮤지션들이 있다. 물론 그 우연은 믿음직스러운 성장이라는 필연적인 이유를 동반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정규작들을 다 들어본다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라고 여겨도 무방한 우연의 연속이다. 하지만 역시, “믿음직스러운” 후속작을 내지 못했다면 그 뮤지션에 대한 관심도 곧 꺼져버릴 것이다. 그렇게 내 음악 라이브러리에서 사라져간 뮤지션들이 꽤 된다. 인터폴이 그랬고, 스트록스가 그랬고, 블록 파티가 그러했고, 요즘엔 Yuck 이 그렇다. 아무리 좋게 들은 음반이 있어도 그 다음 앨범이 졸작이면 더이상 큰 관심이 가지 않는다. 생각보다 입이 까다로운 편인 셈이다. 그런 내가 데뷔 앨범부터 빼놓지 않고 듣게 되는 뮤지션이 있으니 그게 바로 Los Campesinos! 다. “따..딱히 널 좋아해서 이러는 건 아냐!” 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느새 이들은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밴드로 성장했다.

새 앨범 <No Blues> 는 시작부터 무척 당당하다. 데뷔 앨범에서 단순히 신나고 경쾌한 인디 록 넘버들만을 단편적으로 만들던 이들이 이제는 음악이 무엇인지, 훅이 무엇인지,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어떻게 훅을 만들어내야 하는지 조금씩 깨우쳐 갔고, 신작에서 이들은 그러한 자신감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가사도 조금 더 직설적이게 툭툭 내뱉고 있지만 그 와중에 특유의 위트는 잃지 않고 있다. 듣는 재미가 가사쪽으로도 쏠쏠하다. 하나의 곡 안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편이다. 요즘 앨범들 답지 않게 앨범의 마지막까지 에너지 레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같은 호흡, 같은 에너지로 끝까지 밀어 붙이는데 확확 몰아치는 매력이 괜히 찌질하게 질질 끄는 요새 인디 록들같지 않아서 참 매력적이다. 적당히 가벼워서 너무 긴장하지 않고 들어도 되는데 그렇다고 음악 자체가 경박하지는 않아서 듣는 내내 고개를 까딱거리게 되고 가슴이 후련해 지는 매력도 있는, 좋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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